수은 자본금 10년만에 25조원으로 껑충…폴란드 무기 수출 숨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수출기업 한숨 돌려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이 10년만에 15조에서 25조원으로 증액됐다. 대출 여력이 부족해 위기에 놓였던 국내 기업의 폴란드 무기 수출도 탄력을 받게 됐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수은 법정자본금을 확대하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211명 중 찬성 148명, 반대 29명, 기권 34명으로 가결했다. 2014년 법 개정 후 15조원으로 유지된 자본금이 10년만에 10조원 늘어난 것이다. 납입 자본금이 14조7773억원으로 늘면서 지난해 말 기준 98.5%였던 자본금 한도소진율은 60%로 떨어졌다. 그만큼 대출 여력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수은 법정자본금은 국내기업의 해외 무기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가 등장하면서 증액 논의가 본격화했다. 정부 간 거래로 이뤄지는 무기 수출은 계약 대금 일부를 정부 금융지원으로 충당한다. 통상 수은이 수입국 국책은행 등에 먼저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수입국 정부가 국내 무기수출 기업에게 대금을 지불한다. 이후에 수입국 정부는 10~50년에 걸쳐 대출을 상환한다. 한국은 수은이 주요 대출 기관이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국내 기업이 무기 수출을 할 기회를 잃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현대로템 등이 폴란드에서 수주한 무기 계약이 문제가 됐다. 이들 기업은 K9자주포와 K2전차 등에 대한 17조원 규모 1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30조원 물량의 2차 계약을 앞두고 계약 이행에 걸림돌이 생겼다. 돈을 빌려주는 수은의 대출 한도가 바닥난 것이다. 수은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 40%로 제한하고 있어 한 곳에 빌려줄 수 있는 최대 한도가 7조3000억원에 그치는데, 이미 1차 계약 때 수은이 폴란드에 6조원을 빌려줬기 때문에 남은 대출 한도가 1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2차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 수출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수은의 법정자본금 자체를 높이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박진·윤영석 의원은 각 50조원과 30조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양기대 의원은 각 25조원과 35조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기재위는 경제재정소위 논의를 거쳐 이 중 25조원 안을 채택했다.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폴란드에 추가적으로 4조원 신용공여가 가능해진다. 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수은이 지원할 수 있는 총 금액은 8조원 가량이다. 현재 폴란드가 요구하는 20조원에는 못미치지만 기본 여건은 갖춰져 다시 협상할 여력이 생겼다고 업계는 보고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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