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당신의 경제는 어떻습니까?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다시 선거철입니다.
국가의 흥망은 경제가 좌우한답니다. 전 세계의 선거 권력을 보면, 물가와 상관관계가 꽤 높습니다. 고물가는 국민을 힘들게 하고, 당연히 집권 세력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물가야, 바보야!'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합니다.
우리도 그럴까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국민의 민주화 시위(직선제 쟁취)로 탄생한 1988년 제6공화국 노태우 정부 때부터 봤습니다. 선진국의 선거 권력은 대체로 입법과 행정이 주기적으로 중간 평가를 받는 방식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행정 권력은 5년, 입법 권력은 4년이어서 딱딱 맞아떨어지진 않습니다.
국민과 나라의 살림살이에 기반하더라도, 그때그때 선거 이벤트에 휩쓸리는 경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15년 동안, 13~16대 국회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소위 여소야대입니다.
국민은 서로 합심해서 잘 결정하라는 것인데, 정쟁은 심해지고, 입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모습만 일상으로 비쳤습니다.
그래도 경제는 나쁘진 않았습니다. 소비자물가가 연간 9.3%(1991년)까지 치솟았지만, 경제성장률(GDP)도 10.8%에 이르렀으니, 남는 장사입니다. 이 추세는 1998년 외환 위기 직전까지 이어집니다. 1998년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5.1%, 물가는 7.5%였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강력한 고금리 정책으로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거리로 내몰고 나서야 1999년 물가는 0.8% 증가에 그쳤고, 성장률은 11.5%를 회복했습니다.
이후, 물가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추세적으론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성장률도 마찬가집니다. 사실, 물가 요인은 우리 내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석유 등 원자재가 없는 우리의 실정을 고려하면 국외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한국은행, 정치권력이 있는 것이겠죠? 합심해서 국민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충격을 줄이라고.
일명 3김 시대가 끝나고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취임해 1년여 만에 치른 17대 국회의원 선거(2004년 5월)에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으로 국회 단독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고 중간 평가 격인 총선에서도 압승했으나, 정권은 뺏겼습니다.
당시 물가는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가 문제였습니다. 상승세가 비교적 선명해지며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정권을 넘긴 첫해(2008년) 물가가 빵 튀었습니다. 이때부터 물가에 대한 경각심이 정부에서도 중대한 이슈로 부각했습니다. '이명박(MB) 물가'라는 말이 자주 들렸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물가에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성장이 무너지는 상황이어서 물가라도 낮춰야 했습니다.
그렇게 집착한 덕일까요? 결은 다르다지만, 보수당은 재집권에 성공했고, 박근혜 정부는 물가 수준을 한 단계 더 낮추며 순항하는 듯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임기도 못 채우고 붕괴하긴 했습니다만 말입니다. 다시 정권이 바뀌고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과 마주 섰습니다. 물가는 다시 뛰고, 성장률은 적자를 기록합니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다시 물가가 뛴 시점은 노무현·문재인 정부네요. 모두 집권기에 부동산 정책에서 상당히 고전 또는 실패했다고 평가합니다. 결과는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문재인에서 윤석열로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윤 정부는 현재 가파른 물가 파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보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을 위해 약 한 달여의 총선 여정을 떠납니다. 나라 경제는 대충 봤으니, 이젠 나의 경제입니다. 급여 생활자의 연봉 인상분을 가장 쉽게 설명하라면, 아마도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일 겁니다. 나라가 이만큼 성장했고, 물가도 올라갔으니, 그 상승분을 더해 연봉을 올리면 얼추 맞는다는 얘깁니다.
성장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그래프로는 어려운 삶의 정도를 대략 보여줍니다. 성장은 못 하고 물가는 많이 올라갔다는 얘기니까요. 1998년 IMF, 2002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를 기점으로 이어진 부실 카드 채권과 2003년 카드 대란,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던 사건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헤쳐 나가는 것도 우리입니다. 우리의 손으로 뽑은 선거 권력자들이 우리를 대변해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2022년, 2023년은 왜 저렇게 시퍼런 겁니까? 물가 관리 최전선에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습니다. 결국 요인은 물가인데, 총선을 앞두고 이런저런 압박은 이미 심해졌고….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경제전망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한국은행이 전한 요지는 ①소비 활동이 왕성한 경제주체의 부채(대출) 확대는 가계의 금리리스크 노출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한해, 내수 부문의 역동성이 약해질 수 있다 ②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가 재차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포인트는 '금리가 낮아질 경우'입니다. 가계의 금리 리스크 노출도를 낮추고 소비 여력을 유지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대신 정책적 노력을 전제로 합니다. 정책이 미진하다면 이 총재로선 금리를 내리는데 운신의 폭이 좁아집니다. 금리 인하는 대부분 정치인이 요구합니다. 유권자들에겐 달콤한 사탕이니까요. 대신 가계부채 감축 대책엔 대체로 모르쇠입니다. 이 총재의 애가 타는 이유입니다.
29일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관계차관회의 후 "2월 물가는 1월보다 상승 폭이 확대돼 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들의 영향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선택할지도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성장률+물가 상승률'에 근접하게 내 연봉을 올려줄 후보자는 누구일까요?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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