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기획] [단독] 서울대 '컴공'·고려대 '경영'…자유전공 쏠림현상 확연

진태희 기자 2024. 2.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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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정부가 추진 중인 무전공 입학제의 가장 큰 우려는 특정 전공에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EBS 취재진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서울대와 고려대, 경희대 학생들의 전공 선택 현황을 입수해 분석했는데요.


실제 이같은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고, 사실상의 진입 장벽으로 전공선택권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부분의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인기 학과를 가는 통로로 전락했습니다."


전공 구분 없이 입학하는 자유전공학부의 첫 졸업생이 배출됐던 2013년에 대학가에서 나왔던 평가입니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연세대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주요 대학들은 줄줄이 자유전공학부를 없앴습니다. 


제도를 유지한 대학의 상황은 다를까.


EBS 취재진은 서울대와 고려대, 경희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최근 3년 치 전공 선택 현황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세 대학 모두 특정 전공에 대한 쏠림 현상은 여전했습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3년간 자유전공학부를 거쳐 학과를 선택한 849명 중 컴퓨터공학부를 선택한 학생이 23%로 제일 많았고, 경영학부 17%, 경제학부 14%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고려대는 경영학과(32%), 컴퓨터학과(21%), 경제학과(16%) 순서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경희대 역시, 자율전공학부 학생 중 20%가 경영학과를, 15%가 회계·세무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반대로 비인기 학과의 소외는 뚜렷했습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선 불문과, 동양 사학 등 22개 전공이, 경희대에선 국문과, 영문과 등 10개 학과가 3년 동안 단 한 명의 선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자유로운 진로 탐색보다는 취업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영향을 미친 건데,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규정 때문에 실질적인 선택권이 가로막힌 경우도 상당합니다.


자유전공학부 안에서도 전공 선택 시 성적 기준을 두는가 하면, 특정 전공에 진입하기 전 들은 수업은 모두 기타 이수로 집계돼, 졸업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

"컴퓨터학과를 가고 싶은데 그런 과들은 인기가 많으니까 학점뿐만이 아니고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다 체크를 해가지고 예를 들어서 법학 통론을 안 들었다 그러면은 감점 요인이 되거든요."


자유로운 진로 탐색을 독려한다면서도 정작 참고할 정보와 지도과정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은 다수의 선택을 따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준우 3학년 /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경영학 전공 

"진입하는 학생들이 거의 한 자릿수 정도 되는 소수 전공이라서 선배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자유전공학부에서 건축학과 진입한 선배가 안 계셔서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도움을 받기 어려웠고…."


사실상의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 준비반처럼 인식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고려대는 전공 선택 전인 융합교육과정에서 법학 관련 수업들을 사실상 필수로 지정하고, 경희대 자율전공학부 학생 39%가 선택한 글로벌 리더 전공은 심화과정을 통해 로스쿨 준비를 지원합니다.


인터뷰: 경희대 자율전공학부 졸업생

"자율전공학부 들어오는 친구들 중 반 정도는 로스쿨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통은 자율전공학부에 남는 쪽이 한 반이고 다른 쪽을 전과하겠다는 쪽이 반이었어요."


문제는 이렇게 제도 취지가 왜곡되면, 학생은 물론 교육 환경에도 부작용이 크다는 겁니다.


한쪽에서는 강의실이나 교수가 부족해 수강 신청이 더 치열해지고, 다른 쪽에선 폐과나 통폐합으로 학내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뷰: 임은희 연구원 / 대학교육연구소 

"과거에 봤을 때 그게 두 번, 세 번 실패했던 제도예요. 아무리 전공 간 배분하려고 해도 되지 않거든요. 그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했을 경우 저는 정말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운영한 지 10년 넘도록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전공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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