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만원 훔쳐 베트남 달아난 대전 신협 강도에 징역 12년 구형

지난해 9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의 한 신협에서 현금 3900만 원을 빼앗아 베트남으로 달아났던 40대 남성이 대전서부경찰서로 송환되는 모습. 대전일보DB

검찰이 대전의 한 신협에서 현금 3900만 원을 훔친 뒤 베트남으로 달아났던 40대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29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48) 씨의 특수강도, 상습도박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 씨 변호사는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업 실패로 부채가 늘어났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박을 시작하면서 많은 독촉을 받아 스스로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밀한 계획에 의해 범행한 것은 아니었고, 흉기를 꺼내기도 하고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지만 은행 직원들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며 "범죄 후 베트남으로 출국했지만, 미리 발권한 게 아닌 가장 빨리 구할 수 있는 표를 구해서 출국한 것이었다. 수사에 혼선을 주게 된 것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변론했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가족들이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있다. 아이들과 투병 중인 전처가 포기하지 않게끔 재판부의 은혜를 부탁드린다"면서 "처벌은 달게 받겠다.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A 씨 측은 은행과 직원들, 오토바이 절도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선고 공판은 오는 4월 4일 오후 2시 열린다.

A 씨는 지난해 8월 18일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서 직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3900만 원을 탈취한 뒤,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전후로 오토바이 2대와 택시 등 여러 이동수단을 이용,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어 수사에 혼선을 줬다.

범행 후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했지만, 현지 공조 수사와 한인의 결정적 제보로 지난해 9월 10일 다낭의 한 카지노에서 붙잡혔다.

A 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상습 도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도박 자금을 충전한 횟수는 4651회로, 4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검찰은 A 씨가 지인들로부터 수억 원 상당의 돈을 빌려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하던 중, 빚 독촉에 시달리자 청원경찰이 근무하지 않는 신협 지점을 노려 강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