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한 지붕 두 집안' 고려아연 최씨 vs. 장씨 경영권 갈등 격화

윤지혜 기자 2024. 2.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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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지붕 두 집안. 

영풍과 고려아연 얘기입니다. 

영풍그룹은 지난 1949년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회사인데요. 

지난 75년간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 후손들이 대를 이어 계열사를 맡아오다가, 지금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이 장외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윤지혜 기자 나와있습니다. 

윤 기자, 우선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업계의 절대강자 아닙니까? 

지금 이 회사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풍그룹은 공동창립된 회사입니다. 

공정위 기준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고요. 

2023년 4월 기준 재계 서열 28위입니다. 

모회사 개념이 있다기보다는 영풍그룹이라는 집단 내에 영풍과 고려아연이 있는 것이고요. 

장병희 창업주 쪽 즉 장 씨 일가는 비철금속산업을 비롯해 전자 계열사를 맡았고, 최기호 창업주 쪽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맡아서 경영해 왔습니다. 

단,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배주주입니다. 

그런데 고려아연의 덩치가 커졌고 핵심 계열사가 되면서 갈등이 격화된 것입니다. 

[앵커] 

그럼 지금 지배구조가 어떻게 돼있죠? 

[기자] 

사실 영풍은 장 씨 일가 지분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영풍 최대주주는 장세준 코리아써키트(영풍 자회사) 대표이사로 지분 16.89%를 들고 있는데요. 

여기에 장 씨 일가의 영풍 지분, 장 씨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개발 등 회사들이 보유하는 지분까지 전부 합하면 53% 정도로 올라갑니다. 

고려아연이 문제입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 25%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실상 영풍이 장 씨 일가 소유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지배주주는 영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 씨 일가는 어느 한 사람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경영권을 놓고 봤을 때 장 씨 일가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선대 시절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최 씨 일가가 맡기로 결정됐고, 현재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 씨 일가의 우호 지분도 변수가 될 수 있는데요. 

LG화학과 한화 에너지 USA, 현대자동차 북미 투자법인 등은 고려아연 지분을 도합 13.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업 협력 과정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한 세 그룹은 최 씨 일가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됩니다. 

또, 어느 가문도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지금 3월에 주총을 앞두고 두 집안의 장외 신경전이 치열해진 것이잖아요? 

[기자] 

특히 배당금을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이 거셉니다. 

영풍이 배당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고려아연이 1주당 결산 배당으로 5천 원을 제시하자 영풍은 1만 원을 제안했습니다. 

영풍은 배당 증액에 대한 명분으로 주주환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배당금을 늘리면 장 고문 측은 매년 고려아연을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2월 배당금 이슈가 불거진 이후 매일 같이 주말을 가리지 않고 보도자료 입장문을 내고 있는데요. 

영풍 측의 요구는 주주가 아닌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맞서 영풍도 반박하는 입장문을 연달아 내고 있습니다. 

[앵커] 

일단 서로가 미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분 결집이 한창인 상황이겠군요? 

[기자] 

지금 영풍과 고려아연은 권유업무 대리업체를 선정해 소액주주, 개인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때아닌 명함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영풍이 대리행사를 권유하며 명함을 주는데, 그 명함에 고려아연 글씨가 더 커서 고려아연 측이 권유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총에서 고려아연 편을 들고자 했던 주주가 의결권 위임 대상을 착각해 영풍에 표를 줄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총이 3월 19일에 열리죠. 

배당 외에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도 또 다른 화두입니다. 

고려아연은 기존 외국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하게 하지 말고 국내 법인에게도 받을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자고 주장하는데요. 

영풍은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포섭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 차이가 1%포인트대이다 보니까, 주총 때 양측 간 표 대결이 굉장히 치열하겠군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영풍의 반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당 결의 건은 보통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2분의 1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이번 주총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0%대 초반으로 비슷합니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임기도 모두 3월로 끝나는데요. 

이번 주총은 최근 몇 년간 양쪽 집안에서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벌인 다툼의 연장선이자, 회사의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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