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배운 적 없는 인생 '글'로 표현될 때, 그 뭉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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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에 위치한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쓰고 그린 시화를 골라 엮은 책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가 출간됐다.
책에는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할머니 79명, 할아버지 4명이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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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충북 괴산에 위치한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쓰고 그린 시화를 골라 엮은 책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가 출간됐다.
책에는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할머니 79명, 할아버지 4명이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글로는 배운 적 없는 인생이 글로 표현되었을 때의 가슴 뭉클함이 있다.
꾹꾹 눌러쓴 글자, 그림을 따라 그리듯 조심스럽게 쓴 글자, 비뚤비뚤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 등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글씨체, 그리고 그 모퉁이에 무심한 듯 그려 넣은 그림 한쪽마다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긴 듯하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아빠 닮아서 키가 훤칠한 딸/ 얼굴도 갸름하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이쁜 딸// 아침저녁으로 전화해서/ 엄마 뭐 잡쉈어/ 맛있겠네, 맛있게 잡숴 하던 딸// 올 사월에 간암으로 먼저 간 딸/ 꿈에라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꿈에도 안 보이네// 엄마는 그리워서 밤을 새운다/ 그립고 그리워서 저 개울 방천에 가서/ 소리만 야호야호 지르고 만다 -김복환(89세) 씨, '딸아'
세월을 못 타서 고생을 한 거지/ 험한 세월에 나서 고생을 한거지/ 다 해내고 나니 지금은 만사 오케이/ 지금은 사는 맛이 나지 -김정순(90세) 씨, '만사 오케이'
이 책에 실린 할머니들의 꾸밈없는 글과 그림에는 향기가 배어 있다. 마치 살 냄새, 흙냄새, 땀 냄새, 풀 냄새, 바람 냄새 같다.
어르신들은 시가 무언지 몰라도 시인이 됐다. '글자'를 배우고 쓴 '글'이 '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글에 함께 있는 인물화는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다.
한편 관련 전시가 오는 3월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르떼 숲에서 열린다.
△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 괴산두레학교 저 / 삼인 / 1만7000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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