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BTS가 되고 싶다던 'P의 거짓', 역사 의식부터 배워라

이학범 2024. 2. 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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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2' 현장에서 'P의 거짓' 부스에 방문한 '와룡' 야스다 후미히코 프로듀서(좌)와 'P의 거짓' 최지원 총괄 디렉터(우).
개발자 A와 B가 있다. 두 개발자는 국내 최대 게임 축제 현장에서 만나 서로가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덕담과 조언을 주고 받았으며, 게임 출시 전부터 컬래버를 약속했다. 컬래버 추진에는 개발자 A가 포함된 개발진의 적극 추천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9일, 개발자 B는 새롭게 개발 중인 신작 게임을 소개하면서 개발자 A의 국가를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상가를 소크라테스에 비유하며 미화했다. 게다가 신작 게임에 해당 사상가의 삶의 방식을 녹여내고 싶었으며, 그의 사상을 행동으로 옮겨야한다는 망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럼에도 개발자 A는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서 해당 컬래버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앞선 사진은 개발자 A와 B가 지난 '지스타 2022'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다. A는 'P의 거짓'을 개발한 최지원 디렉터, B는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를 개발한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다.

앞서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가 소크라테스에 비유한 요시다 쇼인을 살펴보자. 요시다 쇼인은 일본 에도 시대의 사상가로, '무력으로 조선을 정벌해 국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인물이다. 강대국의 약소국 정벌이 당연하고 필연적이라는 제국주의적 사상으로 현재 일본 극우 사상의 뿌리가 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제자를 따라 내려가면 과거 일본의 내각 총리대신이자 한국통감부를 설치해 초대 한국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 헌병경찰제도로 조선인들을 억압한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요시다 쇼인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조선을 무력을 활용해 야만적으로 탄압한 핵심 인물로, 한국 역사를 아는 누구나 분노함이 마땅하다. 해당 디렉터의 발언에 국내 이용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P의 거짓' 최지원 디렉터는 침묵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해당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14일 'P의 거짓'에는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컬래버와 함께 일본어 번역 개선 업데이트가 예정대로 적용됐다. 설 연휴 직전 발생한 논란이라는 점에서 컬래버를 취소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네오위즈가 향후 업데이트로 컬래버 콘텐츠 배포를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방안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다.

복수의 게임업계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게임을 포함한 타사와의 컬래버 계약 진행 시 문제의 소지가 있거나 논란이 있을 경우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조항을 대체로 포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계약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피해가 심각하다면 손해배상 청구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의 이번 망언은 네오위즈가 충분히 컬래버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네오위즈는 컬래버 철회도,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자회사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논란이 된 신작 '라이즈 오브 로닌'의 국내 출시를 취소했다. SIEK는 "애초에 출시 계획이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해 12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를 받았을 뿐 아니라 당시 일부 현지화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기업조차 한국 이용자들의 정서를 감안해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에 네오위즈의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최지원 디렉터는 'P의 거짓' 출시 전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가요는 BTS, 영화는 '기생충', 게임은 개발하는 프로젝트('P의 거짓')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의 거짓'은 정식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포함한 6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BTS에 필적할 게임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식에 있어서는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BTS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BTS는 일본 활동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입었고, SNS에 역사를 잊지 말아햐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반면 네오위즈는 'P의 거짓' 컬래버 게임 개발자의 망언에도 침묵하며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땅이다. 침략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을 미화한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의 발언은 '이것 쯤이야', '어쩔 수 없지' 등의 발언으로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망언이다. 네오위즈가 논란에 침묵을 이어가는 것은 역사를 잊었거나, 무시하는 행위다.

'P의 거짓' 최지원 디렉터에게 묻고 싶다. 아직도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말이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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