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2년 차' 중국 양회 내주 개막…'1인 체제' 심화할 듯

이종훈 기자 2024. 2. 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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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가 열릴 베이징 인민대회당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다음 달 4일 개막합니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 집권 3기 2년 차를 맞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체제'가 한층 강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관계나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관련 언급, 사회 통제 분위기의 지속 여부도 관심을 끕니다.

작년 양회를 통해 공식 출범한 '시진핑 3기'는 시 주석 1인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고 당정 고위직에 '시자쥔'(習家軍)이라 불리는 시 주석 측근 그룹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장이던 때 비서실장이었던 핵심 측근 리창이 국무원 총리로 임명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시진핑 1·2기' 10년 동안 국무원을 이끈 고(故) 리커창 전 총리가 공개 발언을 통해 불평등 같은 중국 문제를 지적하는 등 2인자이자 경제 사령탑으로서 나름 색깔을 냈던 것과 달리, 리창 현 총리는 '시진핑 대리인' 성격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 주석으로의 권력·권한 집중 경향도 한층 강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증시 폭락세와 관련해 시 주석이 증권당국 보고를 몸소 챙기고, 내수 진작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문제 등을 다룬 중앙재경위원회·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는 등 역할 수렴 현상이 잇따라 드러나 바 있습니다.

양회 개막 전 관영 매체와 정부 웹사이트에 개설됐던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라는 게시판은 '정부 업무보고에 건의합니다'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창 총리가 리커창 전 총리에 비해 취임 첫해 해외 활동이 적은 대신 국내 '현지 시찰' 활동은 두 배 많았다며, 중국이 10년 전에 비해 더 험난한 국제 환경과 국내 경제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총리의 권력·권한이 줄어들었다는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양회에서 시 주석으로의 구심력 강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시 주석 권력 확대에 일조하고 있는 반(反) 부패 드라이브와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정 일체화 기조가 조직 개편과 새 고위급 발탁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 주석과 외교부장 등의 언급을 통해 나올 대외관계 입장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시 주석은 작년 정협 회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력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억압을 실시해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도전을 제공했다"며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한 친강 당시 외교부장도 작년 양회 데뷔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다"며 강경한 어조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찰풍선' 사태로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였던 1년 전과 달리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관계 안정화와 소통 유지에 합의한 상태로, 중국이 발언 수위와 내용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립니다.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5월 취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양회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라이 당선인 승리 후 미국 등 해외 각국의 대만 접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아울러 작년 양회 때는 거론되지 않은 한반도 문제가 올해는 언급될지도 주목됩니다.

다음 달 5일 총리 업무보고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함께 발표될 국방예산 증가 규모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미국과 전략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2021년 6.8%, 2022년 7.1%, 작년 7.2%로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고, 지난해 기준 1조 5천537억 위안(약 288조 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국방비 지출을 기록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어제(28일) "국가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회복돼 국방예산이 증가하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국방 현대화 수요와 까다로운 안보 환경, 경제 회복 상황에 따라 2024년 국방예산에 적당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양회를 계기로 새 외교부장 등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은 작년 양회에서 시 주석의 측근 친강을 외교 담당 국무위원으로 올렸고, 리상푸를 국방부장에 낙점했습니다.

특히 외교부장 임명 후 약 3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국무위원이 된 친강은 공격적인 대미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로, 임명 당시 만 56세에 지나지 않아 향후 오랜 기간 '시진핑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친강과 리상푸 두 사람은 임명 1년도 지나지 않아 부패 등 갖가지 의혹 속에 차례로 실각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리상푸 해임 2개월 만인 작년 12월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원(해군참모총장격)을 역임한 둥쥔을 새 국방부장으로 임명했지만, 외교부장 자리는 친강의 전임 부장이었던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7개월 넘게 겸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방과 중화권 매체 공히 이번 양회에서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새 외교부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7일 친강이 이번 양회 전인대 대표 자격을 내려놨다고 발표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류젠차오 부장을 새 외교부장으로 발탁한다면 호전적인 전랑 외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쇄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경제 둔화로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도 '발전과 안전(安全)을 통합한다'는 구호를 강조해 온 중국의 기조는 이번 양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작년 양회에서 안전 문제를 기구 개혁의 핵심 요소로 제시했습니다.

이때 안전은 안보(security)로서의 '국가 안전'과 안전(safety)으로서의 '사회 안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식량·석유 등 자원은 물론 과학·기술이나 금융 개혁까지 포괄적으로 안전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중국은 지난해 양회 이후로도 반간첩법 강화와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의 일상적인 활동 등으로 사회적 안보 분위기 조성에 꾸준히 힘써왔습니다.

양회 개막을 목전에 둔 27일에는 "공개 시 확실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가기밀'로 확대 규정한 국가비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0 수준까지 떨어지며 장기적 인구 감소 추세에 접어든 중국이 양회에서 어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거론할지도 주목됩니다.

정협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회 각계 전문가들은 양회 시작 전부터 산아제한 완전 철폐나 여성 노동자의 일·가정 양립 보장 등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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