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 박았냐" 항의에 임종석 뻘쭘…공천 못 받은 이유 '분분'
더불어민주당에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 재고를 요청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지역을 찾아 유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세 현장을 찾은 한 남성이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임 전 실장을 향해 "성동에 말뚝 박았냐"고 항의해 한때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이 자리에는 친문계 홍영표·윤영찬·송갑석 의원도 함께했다.
유세 현장 상황은 TV조선 '시사쇼 정치다'에서 생중계로 방송됐는데 임 전 실장이 "왕십리역 광장에 저녁 인사를 나왔다. 만나러 와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고 간절한 마음을 당 지도부에서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한 뒤 송갑석 의원이 지지 발언을 이어가려 하자 한 남성이 "아니 근데 실장님, 성동에 말뚝 박았습니까? 성동에 말뚝 박았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임 전 실장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곧이어 다른 남성들이 "당신들 말이야. 윤석열 정권에 싸움 한 번 제대로 안 한 사람들이 다 나와서 민주당 얘기하고 있어"라고 항의해 현장은 이내 소란스러워졌다.
이미 국민의힘서 단수 공천된 윤희숙 전 의원과 민주당서 전략 공천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맞붙게 되면서 서울 중·성동갑이 총선 격전지 중 하나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은 서울 중·성동갑 유력 후보로 임종석 전 실장이 언급되자, 대항마로 윤 전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 이에 민주당은 임 전 실장 대신 전 전 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이들이 맞붙을 서울 중·성동갑은 제20대 총선 당시 중구의 인구 미달로 인해 성동갑 일부 지역과 합쳐져 신설된 선거구다. 제20대와 제21대 총선에서 모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연달아 당선되면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홍 원내대표가 민주당 험지인 서초을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희숙-전현희 간 빅매치가 성사되게 됐다.
여의도 복귀 선언을 한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출마를 고집해 왔다. 그가 국회에 입성했던 2000년 제16대 총선도 서울 성동구에서 당선됐고, 4년 뒤인 제17대 총선에서도 성동을에서 또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본인이 졸업한 모교인 한양대학교도 성동구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당연히 임 전 실장이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할 거라고 예측해 이 자리에 ‘경제통’으로 불리는 윤 전 의원을 자객공천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나온 ‘86 운동권 청산’ 화두에 맞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의 대항마로 세운 것이다.
하지만 임 전 위원장의 등장으로 '경제통' 대 '운동권 출신' 대결 구도는 무산됐다.
이동형 평론가는 28일 '이동형TV' 유튜브 라이브를 임 전 실장의 왕십리역 선거운동을 해당행위로 평가했다.
이 씨는 "정당은 같은 사상 같은 신념 가진 사람이 모여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공천 못 받고 친한 사람이 못 받았다고 난리 치고 보이콧 하는 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임종석이 공천됐으면 한동훈은 윤희숙은 경제전문가고 임종석은 평생 땀 흘려 돈 벌어본 적 없는 사람 프레임으로 가려 했을 것"이라며 "'평창동 화려한 저택에 어떻게 7억 전세 살고 있지', '4억 재산 신고 했는데 청와대 나올 때 6억인 사람이 1년 학비 1억 드는 시카고에 어떻게 딸을 유학 보냈지' 등으로 공격했을 것이고 이걸로 전체 선거판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희숙과 임종석이 대결했다면 한동훈이 중·성동갑을 계속 찾아 운동권 청산 외치며 선거운동을 했을 텐데 전현희로 교체되는 순간 윤석열 정권과 맞선 사람이 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의사이자 변호사 출신인 전 전 위원장이 경제전문가인 윤 전 의원보다 스펙이 더 좋다는 점도 거론됐다.
국민의힘도 예측과 달라진 중·성동갑 대진표 변경에 다시 총선 전략을 재구성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전 전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24년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 없는 강남을에 깃발을 꽂았던 인물인 만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확장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민주당이 27일 전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하자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며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명문의 약속과 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폭정을 심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방향을 바꿀 시간이 있다"고 공천 재고를 촉구했다.
임 전 실장이 공천 재고를 호소하던 그 시각 이 대표는 서울 은평구의 한 헬스장을 찾아 직장인 간담회를 하기 전 러닝머신 기구에 오른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기구에 연결된 모니터에서는 임 전 실장의 기자회견이 생방송으로 송출됐다.
이 대표는 잠깐 임 전 실장의 기자회견 장면을 보면서 러닝머신 위를 걸었고, 옆에서 기구 사용법을 설명하던 트레이너가 뒤늦게 채널을 돌렸다.
이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뒤 "모두가 후보가 될 수 없다. 새로운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 세대교체가 있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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