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56년 만에 교복 입은 프랑스…"해리 포터 같이"
2024. 2. 29. 08:00
![현지시간 26일 교복을 입은 베지에시 학생들. [출처 Le Parisien]](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2/29/JTBC/20240229080042784exjv.jpg)
프랑스 학교에 교복이 등장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남부 도시 베지에의 학교 4곳에선 교복을 입은 학생 700여 명이 봄 학기를 맞았습니다. 흰 셔츠에 회색 조끼, 남색 바지나 치마를 입은 모습입니다.
'교복 착용'은 최근 총리 자리에 오른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도입하려던 정책입니다. 아탈 총리는 떨어진 학교의 권위를 세운다는 취지에서 다시 '교복'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베지에시 등 시범 학교 87곳에서 앞으로 2년간 교복을 입어보고, 오는 2026년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프랑스에서 교복은 일부 사관학교를 제외하고 1968년 이후 사라진 지 오래라 프랑스 사회가 이 새로운 시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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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착용'은 최근 총리 자리에 오른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도입하려던 정책입니다. 아탈 총리는 떨어진 학교의 권위를 세운다는 취지에서 다시 '교복'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베지에시 등 시범 학교 87곳에서 앞으로 2년간 교복을 입어보고, 오는 2026년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프랑스에서 교복은 일부 사관학교를 제외하고 1968년 이후 사라진 지 오래라 프랑스 사회가 이 새로운 시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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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만에 교복 입는 프랑스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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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프랑스 아이들은 생각보다 교복 입는 날을 반겼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고 놀림 받지 않아서 좋다", "교복을 입고 있으면 길을 잃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교복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베지에시 시장의 부인은 "해리 포터나 만화 속처럼 교복을 입게 해달란 요구도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프랑스 어른들도 '교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율에 더 익숙해지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선데요. 누가 더 좋은 옷을 입는지 경쟁하는 아이들에게 교복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교복엔 마을 문장도 새겨졌는데 아이들에게 주인 의식,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물론 교복 착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 역시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맹목적인 의무를 지우고 소속감을 강요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프랑스 아이들은 생각보다 교복 입는 날을 반겼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고 놀림 받지 않아서 좋다", "교복을 입고 있으면 길을 잃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교복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베지에시 시장의 부인은 "해리 포터나 만화 속처럼 교복을 입게 해달란 요구도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프랑스 어른들도 '교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율에 더 익숙해지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선데요. 누가 더 좋은 옷을 입는지 경쟁하는 아이들에게 교복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교복엔 마을 문장도 새겨졌는데 아이들에게 주인 의식,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물론 교복 착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 역시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맹목적인 의무를 지우고 소속감을 강요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1908년 카르카손느 고등학생들은 검은 자켓을 입어야 했다. [Le Figaro=Bridgeman Image]](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2/29/JTBC/20240229080044514gee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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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아닌 '평등'의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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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달리 프랑스인에게 교복은 낯선 문화입니다. 주로 군에서 정복을 착용하도록 했고, 정부에서 교복을 입도록 한 역사는 없습니다. 나폴레옹 1세 치하에서 설립된 고등학교에서 남자 기숙생들에게 교복을 입게 했는데, 이후 소수의 엘리트 학교가 교복을 도입했지만 모두 1968년에 사라졌습니다. '모든 권위에 도전한다'는 모토의 68혁명이 '엘리트의 상징'인 교복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교복이 56년 후에는 '평등의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교복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는 보수파와 중도파 정치인을 중심으로 힘을 얻었습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모두가 교복을 입으면 가장 비싸고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유행하는 옷을 입는 대결을 끝낼 수 있다"며 교복의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와 달리 프랑스인에게 교복은 낯선 문화입니다. 주로 군에서 정복을 착용하도록 했고, 정부에서 교복을 입도록 한 역사는 없습니다. 나폴레옹 1세 치하에서 설립된 고등학교에서 남자 기숙생들에게 교복을 입게 했는데, 이후 소수의 엘리트 학교가 교복을 도입했지만 모두 1968년에 사라졌습니다. '모든 권위에 도전한다'는 모토의 68혁명이 '엘리트의 상징'인 교복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교복이 56년 후에는 '평등의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교복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는 보수파와 중도파 정치인을 중심으로 힘을 얻었습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모두가 교복을 입으면 가장 비싸고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유행하는 옷을 입는 대결을 끝낼 수 있다"며 교복의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1951년 교복을 입은 파리 학생들. [Le Figaro=AFP]](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2/29/JTBC/20240229080046309fht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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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이 프랑스 교권도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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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선 갈수록 교권이 떨어지고 교사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교사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고 학교 환경도 좋지만은 않은데요. 학생들이 규율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불평과 함께 성적이 크게 떨어져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아탈 총리는 교육부 장관 시절 "교복 착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기적 같은 해결책이 되진 않겠지만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교원 단체들과 좌파 진영은 교복 의무화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중요한 건 교사 숫자를 늘리고 지원하는 것인데, 교복을 입힌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는 겁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tbc.co.kr
프랑스에선 갈수록 교권이 떨어지고 교사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교사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고 학교 환경도 좋지만은 않은데요. 학생들이 규율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불평과 함께 성적이 크게 떨어져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아탈 총리는 교육부 장관 시절 "교복 착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기적 같은 해결책이 되진 않겠지만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교원 단체들과 좌파 진영은 교복 의무화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중요한 건 교사 숫자를 늘리고 지원하는 것인데, 교복을 입힌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는 겁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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