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운동장을…언니들의 복합체육관이 꿈”
장수경 기자 2024. 2. 29. 07:05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③신혜미·양수안나 위밋업 스포츠 대표
고교 때 상대팀 축구선수로 만나
은퇴·경력단절 겪으며 의기투합
여성위한 스포츠 플랫폼 만들고
은퇴 여성선수에 일자리 제공도
고교 때 상대팀 축구선수로 만나
은퇴·경력단절 겪으며 의기투합
여성위한 스포츠 플랫폼 만들고
은퇴 여성선수에 일자리 제공도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원 배지를 단 여성 국회의원은 18.5%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6%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비주류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보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여성들을 소개한다.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2명의 여성이 지난 8일 축구공을 하나씩 들고 서울의 한 풋살장에 섰다.
“기술 좀 제대로 보여줘봐.” 신혜미씨의 요청에 양수안나씨가 능숙하게 공을 리프팅했다. “오!” 신씨의 탄성에 양씨는 “이 정도 가지고 뭘”이라며 공을 튀겼다. 두 사람은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여성들에게 운동을 알려주는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의 대표다.
두 사람은 20년 전쯤 ‘축구 선수’로 만났다. “축구에 관심이 없었지만 운동 신경이 좋아 얼떨결에 축구를 시작한” 신 대표와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남자 친구들과 공을 찼던” 양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상대 팀으로 처음 만났다. 서울 동호대교를 건너면 바로 서로의 학교였다. 신 대표가 “우리 축구부는 성적이 안 좋았지만, 양 대표네 팀은 성적이 좋았다”고 귀띔했다.
대학 축구부에 진학했으나 이후 진로는 달랐다. 여자 축구 선수의 미래를 점치기 어려웠던 신 대표는 스포츠산업을 전공하며 대학원으로 방향을 틀었고, 양 대표는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삶의 향로는 달라졌지만 마음에 품은 고민은 비슷했다. ‘은퇴 선수’ ‘여성’이란 키워드가 두 사람의 교집합을 다시 만들어줬다. 양 대표는 실업팀이 해체되면서 강제로 은퇴 선수가 됐고, 신 대표는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상태였다.
“남편과 대학원 동기인데, 교수가 강사 일자리를 줄 때 ‘(남편한테 줬으니) 너한테는 안 줘도 되지?’라고 했어요.” 신 대표는 “(교수가) 남편과 자신을 동일하게 묶는 것도, 나를 후순위로 밀어둔 것도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 무렵, 양 대표에겐 여성단체 활동가들에게 축구를 가르칠 기회가 생겼다. “공을 어떻게 차야 하는지 모르고, 축구 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지만 신나게 뛰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양씨는 “그들을 보면서 여자들이 운동을 싫어하고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운동장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활축구 현장만 해도 남성들은 연령대별로 축구 대회가 있지만 여성은 성인부 대회 하나뿐이었다. 특히 은퇴하고 나이 많은 여성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은 많지 않았다. 2018년, 두 사람이 사비를 털어 40살 이상 여자 축구 동호인을 위한 ‘언니들의 축구대회’를 연 것은 이 때문이다. 대회 이후엔 은퇴한 여성 선수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관심 있는 여성들에게 다양한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자며 위밋업스포츠란 플랫폼을 만들었다. 주짓수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현재 축구·농구·배구·럭비·태권도등 10여개 종목으로 확대됐다.
“기술 좀 제대로 보여줘봐.” 신혜미씨의 요청에 양수안나씨가 능숙하게 공을 리프팅했다. “오!” 신씨의 탄성에 양씨는 “이 정도 가지고 뭘”이라며 공을 튀겼다. 두 사람은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여성들에게 운동을 알려주는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의 대표다.
두 사람은 20년 전쯤 ‘축구 선수’로 만났다. “축구에 관심이 없었지만 운동 신경이 좋아 얼떨결에 축구를 시작한” 신 대표와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남자 친구들과 공을 찼던” 양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상대 팀으로 처음 만났다. 서울 동호대교를 건너면 바로 서로의 학교였다. 신 대표가 “우리 축구부는 성적이 안 좋았지만, 양 대표네 팀은 성적이 좋았다”고 귀띔했다.
대학 축구부에 진학했으나 이후 진로는 달랐다. 여자 축구 선수의 미래를 점치기 어려웠던 신 대표는 스포츠산업을 전공하며 대학원으로 방향을 틀었고, 양 대표는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삶의 향로는 달라졌지만 마음에 품은 고민은 비슷했다. ‘은퇴 선수’ ‘여성’이란 키워드가 두 사람의 교집합을 다시 만들어줬다. 양 대표는 실업팀이 해체되면서 강제로 은퇴 선수가 됐고, 신 대표는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상태였다.
“남편과 대학원 동기인데, 교수가 강사 일자리를 줄 때 ‘(남편한테 줬으니) 너한테는 안 줘도 되지?’라고 했어요.” 신 대표는 “(교수가) 남편과 자신을 동일하게 묶는 것도, 나를 후순위로 밀어둔 것도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 무렵, 양 대표에겐 여성단체 활동가들에게 축구를 가르칠 기회가 생겼다. “공을 어떻게 차야 하는지 모르고, 축구 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지만 신나게 뛰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양씨는 “그들을 보면서 여자들이 운동을 싫어하고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운동장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활축구 현장만 해도 남성들은 연령대별로 축구 대회가 있지만 여성은 성인부 대회 하나뿐이었다. 특히 은퇴하고 나이 많은 여성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은 많지 않았다. 2018년, 두 사람이 사비를 털어 40살 이상 여자 축구 동호인을 위한 ‘언니들의 축구대회’를 연 것은 이 때문이다. 대회 이후엔 은퇴한 여성 선수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관심 있는 여성들에게 다양한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자며 위밋업스포츠란 플랫폼을 만들었다. 주짓수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현재 축구·농구·배구·럭비·태권도등 10여개 종목으로 확대됐다.
위밋업스포츠에서 일하는 강사들에겐 ‘성 인지 감수성 교육’ 수강이 필수다. 지난해에도 8차례 교육을 진행했다. 장애 여성의 스포츠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수어 교육을 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그 덕에 위밋업 강사들은 ‘날씬해지려고 운동하냐’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무 좋다” “위밋업이 문 닫을까봐 걱정”이라는 수강생과 강사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3년만 버텨보자며 시작했던 사업은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들었다.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 장벽을 낮춰야겠다는 생각에, 강사 강의료는 올려도 수강료는 올리지 않았다. 대신 두 대표가 외부에서 번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했다. 두 사람이 월급을 받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1월부터다. 최근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로 여성 축구 참여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 인기가 금세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신 대표는 “여자축구연맹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여성들이 축구·농구·유도 등 다양한 종목을 접할 수 있고, 은퇴한 선수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며 소통할 수 있는 복합체육관인 ‘언니네 체육관’을 만드는 것이다. 양 대표는 “남성이 많았던 시장이라 축구장 장기 대관 등이 쉽지 않아” 직접 만들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동남아시아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스포츠를 소개하는 투어를 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빈곤국가일수록 생활체육이 발전하기 쉽지 않고, 여학생은 더 소외된다”며 “올겨울께 이 일을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너무 좋다” “위밋업이 문 닫을까봐 걱정”이라는 수강생과 강사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3년만 버텨보자며 시작했던 사업은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들었다.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 장벽을 낮춰야겠다는 생각에, 강사 강의료는 올려도 수강료는 올리지 않았다. 대신 두 대표가 외부에서 번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했다. 두 사람이 월급을 받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1월부터다. 최근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로 여성 축구 참여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 인기가 금세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신 대표는 “여자축구연맹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여성들이 축구·농구·유도 등 다양한 종목을 접할 수 있고, 은퇴한 선수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며 소통할 수 있는 복합체육관인 ‘언니네 체육관’을 만드는 것이다. 양 대표는 “남성이 많았던 시장이라 축구장 장기 대관 등이 쉽지 않아” 직접 만들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동남아시아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스포츠를 소개하는 투어를 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빈곤국가일수록 생활체육이 발전하기 쉽지 않고, 여학생은 더 소외된다”며 “올겨울께 이 일을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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