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애기옷 준비하세요” 사라진다…32주 전에도 성별 확인 가능해져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2. 2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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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부 등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현행 의료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 제20조(태아 성 감별행위 등 금지) 제2항은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나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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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6대3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남아선호 사라져 ‘성별→낙태’ 귀결 안돼
임신 32주 이전까지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현행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 = YTN]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부 등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현행 의료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심판 대상에 오른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선고를 내렸다.

의료법 제20조(태아 성 감별행위 등 금지) 제2항은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나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한 의료인은 의료법 제88조의 2(벌칙)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날 헌재는 “과거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을 때는 태아의 성 감별 및 고지 자체에 낙태의 개연성이 내포돼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관련 법이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된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했고 태아의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할 때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낙태 행위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전했다.

태아의 성별이 낙태를 유발시킨다는 인과관계가 더 이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별 고지를 규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고, 태아의 성별을 알고 싶은 부모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미 현실에서는 부모들이 의료인으로부터 태아의 성별을 고지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은 거의 사문화됐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청구인들은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행위는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과거 남아선호사상으로 남녀 간 성비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1987년 의료인에게 태아의 성별 고지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이 도입됐다. 그러나 헌재는 2008년 임신 기간 내내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은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의료인과 태아 부모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 같은 취지가 반영되면서 이듬해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 법안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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