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귀농… 평창에 서해안 굴비 덕장 마련

정병선 기자 2024. 2. 2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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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출신 농사꾼 정용권씨
정용권씨가 평창 덕장에서 굴비를 보여주고 있다. /평창=정병선 기자

“강원도 평창에서 굴비를 말린다고 하니 다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어요.”

지난 26일 강원도 평창군 재산리. 농사꾼 정용권(62)씨의 돔 모양 덕장(돔 덕장)엔 굴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주변엔 눈이 20cm 이상 쌓여 있는 데다 골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바람 소리가 들리는 순간 돔 덕장 굴비들이 좌우로 요동쳤다. 이곳 덕장 2곳엔 각각 굴비 5000마리씩 1만 마리가 건조되고 있었다. 정씨는 이번 주말 출하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 모두 선결제 주문을 받아 임자가 있는 물건들이다.

그는 “여기는 해발 700m로 서울 관악산(629m)보다 높아요. 겨우내 영하 10~25도 사이를 오가며 폭설에 골바람이 세차게 불고, 때론 폭우도 내리다보니, 조기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70여 일간 숙성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정씨는 2019년 귀농을 결심하고, 평창의 50년 된 가옥을 고쳐 민박을 시작했다. 상추와 배추를 심는 고랭지 농사를 배워서 병행하고 있다. 사진기자 출신인 그는 1998년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과 마나슬루(해발 8156m), 2004년 엄홍길 대장과 얄룽캉(8505m) 원정을 함께 한 적 있는 준산악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농사라고는 전혀 몰랐기에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했다.

평창에서 농사법을 익히며 고군분투하던 그에게 어느 날 지인이 들고 온 고추장 굴비를 맛본 것이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대관령과 용평스키장 주변에서 대규모 황태 덕장을 자주 봤던 그는 명태 대신 조기를 사다 말리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5년 전 조기 100마리를 시험 삼아 말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더니 반응이 좋아 사업으로 이어졌다. 서해안에서 생산되던 굴비가 강원도에 등장한 배경. 그는 “평창 주민들이 처음에 조기를 말린다고 하니 정신 나간 사람 취급했지만, 지금 굴비를 먹어본 주민들이 대단한 농사꾼이라고 한다”면서 웃었다.

정씨는 농사철에 수경 사업으로 이용하던 돔을 조기 덕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진·태풍에도 견딜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진 돔 덕장은 지름 8m로 15.2평 규모지만 450g짜리 굴비 5000마리, 2.5톤의 무게를 견딜 만큼 기하학적으로 지어져 문제가 없었다. 작년에 첫 출시를 했는데 예상 밖으로 호응이 좋자 올해 돔 덕장 2곳에 1만 마리를 말려 상품화했다.

정씨만의 굴비 만드는 비법은 따로 있다. “영광 굴비 덕장에선 굴비를 수평으로 널어 해풍에 말리는데 평창 굴비는 한 마리씩 세로로 골바람에 말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생각을 바꾸니 세상도 바뀌고 실속도 있더라”며 “농민들도 공부하고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한다. 나와 같은 귀농인들과 아이디어도 나눌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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