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역사 쓴 두 여경 “범죄자들 속성은 ‘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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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대한민국 1호 강력계 형사, 1호 여성 프로파일러인 이들에게 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앞서 2021년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이 초동 대응 없이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형사 박미옥'엔 2011년 박 전 경정이 강남경찰서의 첫 여성 강력계장이 됐을 때 한 기자가 "여성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립스틱 정책'이냐"고 비꼰 에피소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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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악마를…’ 이진숙 경위
“1호 여성 프로파일러… 섬세함 강점, 악질 방화범도 내게 범죄 털어놔”
‘형사 박미옥’ 펴낸 박미옥 前경정
강력계 형사서 첫 여성 강력반장, “힘의 논리로 여경 비하 동의 못해”
“프로파일링을 할 때는 오히려 여성의 섬세함이 더 큰 강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이진숙 인천경찰청 경위)
각각 대한민국 1호 강력계 형사, 1호 여성 프로파일러인 이들에게 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앞서 2021년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이 초동 대응 없이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성이 소수인 경찰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며 여경 역사를 새로 쓴 이들을 26일 만났다.
최근 ‘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행성B)를 펴낸 이 경위는 심리학 석사, 교육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5년 경찰청 범죄분석요원 특채 1기로 선발됐다. 연쇄살인범 이춘재와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 등 500여 건의 프로파일링을 맡았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형사 박미옥’(이야기장수)을 출간한 박 전 경정은 1987년 순경으로 시작해 1991년 강력계 형사가 된 뒤 신창원 탈옥 사건, 서울 숭례문 방화 사건 등을 담당했다. 첫 여성 강력반장 및 강력계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박 전 경정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며 정년을 7년 앞둔 2021년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명예퇴직했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형사 박미옥’엔 2011년 박 전 경정이 강남경찰서의 첫 여성 강력계장이 됐을 때 한 기자가 “여성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립스틱 정책’이냐”고 비꼰 에피소드가 나온다. 당시 박 전 경정은 “제가 수사 경력과 실력이 허접하다면 깊이 반성하겠다. 하지만 강력계장으로서 경험이나 실력을 인정받았다면 당신은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어떤 조직이든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지식과 지혜가 보태져야 한다”고 했다.
이 경위는 “프로파일링 시 범죄자들이 ‘여성 경찰이라 조금 더 편안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에 나오는 지난해 3월 ‘현대시장 방화 사건’의 경우가 그렇다. 술에 취해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 불을 지른 범인은 이미 방화로 4차례나 실형을 받은 적이 있는 병적인 인물이었다. 이 경위는 “범인이 내게 ‘범행 전 선생님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두 베테랑 경찰이 보는 범죄자들의 속성은 어떨까. 이 경위는 “범죄자들은 보통 외부 요인이 부정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레짐작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 언급된 지난해 2월 ‘편의점 살인 사건’은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남 탓’ 성향을 보여준다. 전자발찌를 찬 30대 남성이 인천의 편의점 창고에서 흉기로 업주를 살해한 뒤 도주한 사건이다. 체포된 범인은 이 경위와의 면담에서 “원래 강도만 하려고 했는데 피해자의 반항이 너무 심해 ‘사고’로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박 전 경정은 2015년 10월 ‘강서구 일가족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며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건 범죄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가장이 부인과 고등학생 딸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다. 박 전 경정은 “당시 범인은 ‘부인의 부채로 인한 생활고를 버틸 수 없었다’는 유서를 남겼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가장으로서 심리적 압박이 부른 잔혹 범죄였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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