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성장률 109%→19% ‘신기술의 늪’

한재희 기자 2024. 2.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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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플은 전기차 냉각 시장에 직면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 시간) 애플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에서 철수했단 소식을 전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와 아직도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심화되자 결국 애플이 10년 공들인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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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정체-충전 인프라 부족
‘전기차 시대’ 장밋빛 전망 사라져
테슬라-비야디 가격인하 출혈경쟁
벤츠-GM-포드 등 생산목표 축소
“결국 애플은 전기차 냉각 시장에 직면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 시간) 애플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에서 철수했단 소식을 전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와 아직도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심화되자 결국 애플이 10년 공들인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게 됐다는 것이다.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요원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된 것도 ‘애플카’ 철수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BEV+PHEV) 시장에서는 1675만 대가 신규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9% 성장에 그치는 것이다. 2021년 전년 대비 성장률 109%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22년에는 57%, 2023년에는 33%로 계속 줄고 있다. 곧 전기차 시대를 맞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사그라졌다.

더군다나 전기차 업체 사이에 가격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전기차 선두 업체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가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거나 저가형 모델을 내놓았던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퍼진 것이다.

미국 포드의 경우 최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머스탱 마하-E ’2023년형 제품 가격을 트림별로 3100∼8100달러 인하하겠다며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전기차 업체 엑스펑의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신년 서한을 보내 “올해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피바다(bloodbath)’로 끝날 수 있는 격렬한 경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이 녹록지 않게 되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전기차 계획 축소에 나섰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본래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2025년에 50%까지 늘리려고 했지만 이 시점을 5년 뒤로 연기한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엔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치가 40만 대였는데 이를 20만∼30만 대로 축소했다. 포드는 2026년까지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지난해 말 폐기했는데, 달성 시점을 언제로 재설정할지 공개하지 않았다.

‘제2의 테슬라’를 노렸던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올해 차량 생산 계획을 5만7000대로 잡아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5만7232대)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인 데다 시장 전망치(8만 대)보다도 훨씬 적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는 올해 전기차 생산 전망치를 9000대로 잡았는데, 이는 3년 전 상장 당시 2024년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목표치(9만 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 힘을 쏟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부문에서 47억 달러(약 6조2500억 원) 손해를 봤던 포드는 앞으로 5년간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4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폭스바겐이나 GM도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의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고, BYD도 글로벌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가 싼값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전기차 수요 증가 폭도 둔화됐기 때문에 이차전지나 전기차 부품 업체들도 이에 대비해 조업량 조절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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