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명’ 출산율 쇼크
전쟁중인 우크라 출산율과 비슷
통계청 “도시국가 빼면 세계 최저”
한해 23만명 태어나 8년새 반토막
비어가는 신생아실 28일 광주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은 0.65명을 기록해 분기 기준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부부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65명에 불과한 것이다. 2017년 4분기에 처음으로 1명을 밑돈 분기별 출산율은 6년 만에 0.6명대까지 하락했다. 한국의 총인구는 약 50년 뒤인 2072년에는 36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2013년부터 11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출산율 꼴찌를 이어가고 있다. OECD 3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평균(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9200명 줄어들며 23만 명에 그쳤다. 2015년 43만8000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1974년 92만 명이던 출생아가 40만 명대로 줄어드는 데 약 40년이 걸렸는데, 다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17개 시도 모두 ‘출산율 0명대’… 4년새 하남시 인구만큼 사라져
[출산율 0.65명 쇼크]
출산율 1위 세종도 1명대 붕괴… 첫 출산 평균 연령 33세로 높아져
韓 다음 출산율 낮은 스페인 1.19명
日, 고령화 속 침체에도 1.3명대 유지
● 세종도 ‘1명대’ 출산율 깨져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 상승도 이어졌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6세로 1년 전보다 0.1세 올라 역대 가장 높았다. 첫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세로 1년 전(32.8세)보다 0.2세 높아졌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첫아이 출산 연령이 평균 29.7세(2021년 기준)인데 지난해 한국은 이보다 3.3세 높았다.
출생아가 계속 줄면서 전체 인구는 12만2800명 자연 감소했다. 2022년 12만3800명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인구가 10만 명 넘게 감소한 것이다. 2020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선 뒤로 국내 인구는 4년째 자연 감소하고 있다. 2020∼2023년 누적 자연 감소 인구는 33만6300명에 달한다. 경기 하남시 또는 서울 광진구의 인구 전체가 4년 만에 사라진 셈이다.
● 6년째 OECD 유일 ‘0명대’ 출산율
저출산 위기를 먼저 겪은 유럽 국가 중엔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으로 반등을 이룬 곳이 많다. 1990년대 1.7명대까지 출산율이 떨어졌던 프랑스는 2000년대 후반 2.0명으로 반등한 뒤 1.8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1.5명까지 내려갔던 네덜란드는 2000년대 이후 1.6∼1.7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9명까지 떨어진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응을 시작했지만 유의미한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육아휴직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 때문에 출산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일·가정 양립 정책들은 대기업 근로자 등 특정 계층 중심이기 때문에 정책의 혜택이 보편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세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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