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잡스가 말했다 "think 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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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8일로 기억한다.
세계 증시가 유동성 파티를 즐기던 중이었다.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인텔 점유율이 80%에 달했다.
컴퓨터 제조사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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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8일로 기억한다. 세계 증시가 유동성 파티를 즐기던 중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사상 처음 1800을 돌파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라는 상품에 투자했다가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가 동요하던 그 며칠 사이에 두 개의 제품이 시장에 연이어 나왔다. 하나는 엔비디아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인 ‘쿠다’였고, 다른 하나는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시대는 그렇게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가보지 않은 길을 뚫은 기업들
당시 엔비디아와 애플이 맞서야 할 상대는 정보기술(IT)업계의 ‘절대 지존’들이었다. 엔비디아가 몸담은 세계 반도체시장은 인텔 천하였다.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인텔 점유율이 80%에 달했다. 컴퓨터 제조사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텔 CPU가 장착됐다는 의미인 ‘인텔 인사이드’가 곧 브랜드였다. 그런 인텔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CPU 시대를 끝내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인텔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던 때였다.
애플이 진출한 휴대폰 분야에선 노키아가 독주 중이었다. 글로벌 점유율이 2위 모토로라, 3위 삼성전자, 4위 소니에릭슨을 합친 것보다 높았다. 당시 애플도 빅테크 축에 속했지만, 노키아에 견줄 수준은 아니었다.
가보지 않은 길은 험난했다. 엔비디아가 내놓은 쿠다는 수년간 ‘돈 먹는 하마’였다. 그 효용성이 주목받은 것은 6년이 지나서였다. 애플도 휴대폰의 강자 반열에 오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아이폰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밀리고 노키아의 심비안, RIM의 블랙베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 협공에 흔들렸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조성된 애플과 엔비디아의 생태계는 지금 전 세계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 회사의 몸값은 대한민국 전체 시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기다린 만큼 보상도 컸다
엔비디아와 애플이 새로운 업(業)의 싹을 틔우기까지 직면했던 가장 힘든 도전 중 하나는 ‘당장 성과를 내라’ ‘투자는 됐고 배당부터 하라’는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의 모진 공세를 견뎌내는 것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이던 2008~2009년에도 주요 기업들엔 이런 압박이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창사 후 처음으로 빚을 내 자사주를 사들이고 배당해야 했다.
하지만 애플과 엔비디아는 “미래를 위한 자금”이라며 일축했다. 이들의 성공은 그 과도한 요구를 이겨내고 자금을 길고 지루한 혁신 작업에 온전히 보탤 수 있어서 가능했다. 애플이 배당 등 주주 환원을 재개한 것은 2012년 시총 1위에 오른 뒤였다. 엔비디아도 이즈음에서야 주주 환원에 나섰다. 주주들의 기다림은 길었지만 그 보상도 컸다.
당시 배당에 대한 기관 등의 압박이 한창이었을 때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있다. 요즘 국내 개별 기업의 사업구조나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무작정 유보금을 헐어 나눠주라는 이들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배당만 한다고 주가가 오르겠는가. 애플은 충분히 커졌다. 여러분도 생각을 크게 하라(think 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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