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 3·1정신과 민족정기
올해는 1919년 3월 1일 ‘대한 독립 만세!’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진 삼일운동 105주년 되는 해다. 모처럼 소장하고 있던 기미 독립선언문을 찾아 띄엄띄엄 읽어보았다. 다소 난해한 문구였다. 독립선언문은 1979년 3월 1일 독립운동 60주년 맞아 경축 기념으로 최하용(崔夏鏞)이 날렵한 필치로 쓴 글을 강릉서예원이 발행했다. 45년이 지난 빛바랜 고문서라 할 것이다.
선언서 첫머리는 “五等(오등)은 玆(자)에 我朝鮮(아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로 시작했다. 풀이하면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는 뜻이다. 미합중국의 독립선언문에 버금가는 명문이었다. 독립선언서는 악랄한 일제 식민지에 항거하는 주권을 분명히 한 도전장이었다.
1910년 8월 29일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한제국은 일제에 의해 병탄됐다. 치욕스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일제에 눌려 신음하다가 10년만인 기미년에 전국에 ‘대한 독립 만세’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선각에 눈을 뜬 선대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만방에 독립을 선언했다. 일제의 총칼이 무섭지 않았다. 오로지 우국충정의 발로였다. 얼마 전 나는 ‘수요회’ 임원들과 역사문화탐방 차원에서 유서 깊은 서울 서대문형무소와 경복궁을 섭렵했다.
서대문형무소 외형은 고색창연했다. 건물벽에는 태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유관순이 갇혔던 지하 감옥과 고문실, 취조실, 사형장은 공포 분위기에 오싹했다. 모진 악행을 견뎌냈던 애국지사들의 기개를 떠올리니 절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평 남짓한 독방에는 전기와 변기는 물론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밤낮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전시된 녹슨 고문 형틀과 행형도구는 쭈뼛하게 했다. 그리고 악랄했다. 감방에 갇혀있는 처참한 민족 지사들의 모습은 비록 밀랍인형이었지만 식민지 시대가 오버랩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평도 안 되는 독방에 수직으로 움푹 팬 관처럼 생긴 형틀에 끼워져 고문받는 모습은 끔찍했다.
이곳은 많은 민족지도자와 열사들의 애환이 서린 장소이다. 민족지도자 김구, 의사 강우규, 한용운이 감금되었고 고문으로 방광이 터져 죽은 유관순 열사가 옥사한 곳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3·1 정신은 빼앗긴 나라를 찾고야 말겠다는 자주독립의 일념에서 목숨을 초개같이 생각한 애국선열의 희생정신이다.
그럼 민족정기는 무엇인가. 우국충정의 발로다.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의 민족혼이다. 혼이 없는 민족은 지배당하기 마련이다. 일본 도쿄에서 천황에게 폭탄을 던진 이봉창, 사이토마코트 총독에게 폭탄을 던진 강우규, 명동 성당 앞에서 군밤 장수로 변장하여 추도식을 마치고 나오는 매국노 이완용을 단도로 저격했던 이재명, 중국 홍커우공원에서 열린 왜왕 생일날 폭탄을 투척하여 일본 상하이 파견 대장을 폭사시킨 윤봉길 등 의사들의 살신성인은 대단한 것이다. 일본 낭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궁궐을 지키는 훈련대장 우범선이 앞장섰다. 민비를 도륙한 후 시신에 석유를 끼얹어 소각한 다음 뼈를 땅속에 묻으라고 지시했다. 범행 이후 일본으로 도망쳐 일본의 비호 아래 잘살았다. 의사 고영근은 일본 도쿄까지 쫓아가 우범선을 악착같이 찾아내어 척살했다. 2000만 조선인을 대신해 민족의 반역자 국모 시해범을 처단한 것이다.
또다시 삼일절을 맞이했다. 의례적인 연례행사보다도 숭고한 3·1 정신과 민족정기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전투구식의 치고받고 물어뜯는 저네들만의 리그전인 혼탁한 정치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선각에 눈 떠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열들의 애국애족 사상을 저마다 마음속 깊이 새겨 추모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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