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野의 무원칙 공천, 與의 무감동 공천
박용진 하위 10%도 수긍 어려워
공정성 의심받으며 ‘사당화’ 논란
與 공천도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어 그 속사정을 들어보기 위해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핵심 의원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는 “공천은 통합과 혁신이 같이 가야 하고,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너무 변화와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에둘러 얘기했지만, 이 대표가 무리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는 “특히 박용진 의원의 재심 청구를 거칠게 기각한 것은 너무 했다. 정무적인 판단을 통해 구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상징적 인물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며 민주당 공천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출마 선언 전 이 대표에게 모두 13번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냈지만, 이 대표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경쟁자에게 밀리지 않았던 임 전 실장을 공천 탈락시킨 이유가 ‘총선 승리’를 위한 대의 때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과거 어느 공천에서도 이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이 의심받으며 ‘사당화(私黨化)’라는 비아냥이 난무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 대표는 왜 이렇게 무리수를 연발하고 있나. 물갈이를 통해 당권,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방탄 공천’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친문 586 대신 친명을 당의 주류로 키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상황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 근저에는 ‘어떻게 하든 총선에서 이긴다’는 자만심이 깔려 있다.
친명은 공천 국면이 끝나면 다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야당 심판론’을 피해 가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만 해도 총선에서 무난하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된 지지율에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논란까지 겹치며 정권 심판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파동이 이어지며 민심은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공천 잡음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 역시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전국 지역구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극소수에 그쳐 ‘현역 횡재’, ‘신인 횡사’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인적 쇄신 없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윤핵관’ 대부분이 공천을 보장받았고, 지역구 현역 교체율도 역대 최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다. 물갈이 여론이 이렇게 강한데도 쇄신도 없고 감동도 없는 공천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이 와중에 단수공천을 받은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국민의힘이 150~160석도 가능하다”고 말한 건 벌써 반사이익에 취해 교만해져 있다는 뜻이다. 총선까지 민심은 몇 번 더 요동칠 것이다. 선거일까지 이제 41일이 남았다. 선거 앞 41일은 긴 시간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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