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편견은 어디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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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겨울비 내리는 출근길 신호등 앞.
그런데 의식의 이면에 이런 편견이 있었나 보다.
그러니까 편견의 실체는 국적보다 가난이었다.
물론 편견이란 부작용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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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돌이켜 보니 골목에서도 버스에서도 마트에서도 늘 구별했다. 그들이 말없이 있을 때도 함께 있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나의 구별 짓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여성은 별로 다르지 않다. 이곳 가리봉도 중국 여성이라고 해서 더 촌스럽던 때는 지났다. 가끔 중국동포 억양이나 중국어가 스쳐야 ‘그렇구나’ 한다. 그런데 가리봉의 남성은 다르다. 고유의 헤어스타일, 큼직한 점퍼, 먼 과거에서 상경한 분위기. 저절로 구별된다.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대우를 받거나 중년까지 축적된 품위는 찾아볼 수 없다. 낭만가객도 그래서 오해를 받았다. 그러니까 편견의 실체는 국적보다 가난이었다.
외모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직업을 알려 주고 목욕과 세탁이 제한적인 주거환경을 알려 주고 단조로운 사회적 관계를 알려준다. 그래서 외모만으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고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편견이란 부작용을 안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관리하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작동하는 이성의 영역이지만 없는 사람에 대한 편견은 자본주의 세례를 받은 나에게 자동적인 감정의 영역이었나 보다. 국적보다는 가난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한발 앞섰다.
엊그제 움틈학교 수료식을 했다. 수료생 엄마가 소감을 말했다. 재혼을 했노라고 남편의 전혼 자녀가 이 수료식에 새엄마인 자신을 초대해줘서 고맙다며 흐느꼈다. 아이들에게도 덕담을 했다. 중국 교훈에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라’는 말이 있다고 지금 한국에 와서 넘어질 일이 많겠지만 괜찮다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했다. 서툰 한국어를 뚫고 진주 같은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교장인 나의 훈화가 무색했다.
중국 학부모의 이야기는 그녀를 서툰 한국어 속에도 고난을 겪은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따듯하고 성숙한 존재임을 알게 했으나 매일 스치는 가리봉의 외국인 노동자는 그 존재에 다가갈 기회가 없다. 한때 노동력을 제공하고 떠나가는 가리봉의 풍경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력을 제공 받는 이들에게는 단지 노동력이 아니라 나름의 서사가 있는 한 사람의 존재가 되길 바란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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