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 vs 울진대게’ 경쟁과 상생[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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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기거나 앞서려고 겨루는 막상막하의 맞수 지역이 있다.
희소한 산물을 두고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경쟁은 서로 적이 되어 무너뜨리거나 굴복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영덕대게와 울진대게는 별개의 종이 아닐뿐더러 잡는 지역이 다른 것도 아니다.
어선이 입항하는 항구와 판매 지역에 따라 영덕대게냐 울진대게냐 구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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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원조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지역이 있다. 경상북도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와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를 대게 원조 마을로 지정해 서로 대게의 고향이라 내세웠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게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을 차지하려는 신경전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나, 요즘은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사실 의미 없는 논쟁이다. 영덕대게와 울진대게는 별개의 종이 아닐뿐더러 잡는 지역이 다른 것도 아니다. 대게의 주요 서식처는 왕돌초 인근과 울릉도·독도 해역이다. 왕돌초는 거대한 수중 암초로 면적은 대략 여의도 2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같은 바다에서 잡은 대게잡이 어선이 영덕군 강구항과 축산항에 입항해 판매하면 영덕대게이고, 울진군 후포항과 죽변항에서 유통하면 울진대게가 된다. 어선이 입항하는 항구와 판매 지역에 따라 영덕대게냐 울진대게냐 구분할 뿐이다.
같은 해역에서 잡은 자연 상태의 대게 품질에 우열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 청결한 위판장, 상인들의 친절도, 합리적인 가격 등에서는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역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힘겨루기는 무의미하므로 다른 변별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좋은 서비스를 앞세워 소비자와 관광객의 선택을 받으려는 선의의 경쟁은 모두에게 이로운 공생의 길이 될 수 있다.
영덕대게와 울진대게의 명성에 가려져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항시 구룡포, 경주시 감포, 울산시 정자항도 대게 어획과 유통이 활발한 곳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 러시아 캄차카반도, 알래스카주, 그린란드, 일본해역에 분포하는데 울산 연안이 남방한계선이다. 2006년에는 한류를 따라 남하한 대게가 울산 근해에 몰렸다. 이때 정자항은 대게잡이 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는 대게를 포획할 수 없는 금어기이고, 11월에서 5월까지 잡을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게는 전량 수컷이다. 암컷(일명 빵게)은 어자원 보호를 위해 포획을 금하고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홍게)의 자연 교잡종인 너도대게도 상당량 어획되고 있다. 육지에서 가깝고 수심이 깊지 않은 연안에서 잡으면 갓바리대게, 200∼400m 사이에서 어획한 것은 수심대게라 한다. 깊고 수온이 낮은 곳에 서식하는 대게일수록 살이 꽉 차서 상품성을 인정받아 고가에 거래된다. 요즘은 러시아산 대게 수입 증가로 예년에 비해 낮은 가격대가 형성돼 소비층이 확대되는 추세다.
며칠 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2월 22∼25일)가 ‘맛있는 대게 여행, 후포항에서 모이자’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끝났다. 영덕 대게축제는 ‘천년의 맛, 모두의 맛! 영덕대게’라는 구호로 오늘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영덕 강구항에서 열린다. 작년에는 두 지역 축제 기간이 겹쳤으나, 올해는 4일 간격을 두고 진행된다. 경쟁 관계에 있는 자치단체 간에 완전한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서로를 존중하면서 건전하게 겨룰 때 대게 소비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 공존과 상생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가깝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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