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한국주식에 ‘밸류업 채찍’ 든다…상장폐지·상법 개정 총력전
지난 26일 공개된 기업 밸류업 대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라고 하면서도 이를 강제가 아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세제혜택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장사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세제혜택 자체가 약하다보니 정부 의도대로 기업들 자율성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7월까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같은 친(親)주주적 활동에 뒤따르는 세제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인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전에 금융당국 입장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강경책을 제시한 것이다. 향후 기업 밸류업 정책이 상장사를 상대로 채찍과 당근이라는 모든 정책 수단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 원장이 언급한 상장폐지라는 채찍은 우리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도쿄거래소(JPX)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초강경책으로 분류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JPX는 상장사에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실천하도록 하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권고’할 뿐 미공시 등에 따른 직접적인 불이익은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관련 공시의 경우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 참여한 상장사는 20%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금융위 설명이다.
만약 이 원장의 발언대로 ‘밸류업’ 부진기업에 대한 퇴출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일본보다 더 강력한 증시 부양 대책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퇴출되는 기업이 없고 주주환원에도 인색하다보니 주식수만 꾸준히 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증시 주식 수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3.6% 늘어난 반면, 역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0.12% 증가에 그쳤다. 국내 증시에서 주식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매년 시가총액 대비 3% 가량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사라지는 미국과는 정반대다.
이 원장은 이날 국내 증시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에) 악화들이 계속 있는 동안에는 우수 기업들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어렵다”며 “그때그때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면서 성장 동력을 갖고 있는 미래 성장 산업에 돈이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장사 중에는)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별다른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재무지표가 나쁘거나 인수합병(M&A) 수단이 되거나 하면서 10년 이상 남아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그런 기업들을 과연 계속 시장에 그냥 두는게 맞는지의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실제 제도가 도입된다면) 기업에 어느정도 부담은 되겠지만, 기업 참여를 이끌어낼 만한 규율을 세운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정책을 거들 상법 개정과 관련해 이날 이 원장이 언급한 상법 개정 내용은 현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항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이사의 사익추구 규제를 목적으로 도입한 기회 유용 금지 규정을 개선한다. 기회 유용 시 이사회 사전 승인을 명시하고, 이사의 배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사의 책임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회사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주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상법에 명시하거나 최소한 법원의 일관된 판례로 원칙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배구조 특성상 주주환원 보다는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경영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이사회에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책임을 명시하면 이사회가 대주주가 아닌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도록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오는 5월 미국 뉴욕에서 증권·금융투자 업계와 민관합동 기업공개(IR)에 나서 기업 밸류업 대책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자본시장 발전 정책과 국내 상장사의 노력에 대해 소개하는 홍보대사로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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