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돈 쏟았는데 결국 ‘포기’…사업 망하자 오히려 주가 오른 애플, 왜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2. 2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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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바꾸고, 담당임원 변경 수차례
애플 내서도 “가면 안되는 부서”
현대차, LG와 협력설 나왔지만 무산
아이폰 성장 둔화된 애플의 미래 불투명
AI덕에 미주식 나는데 애플은 하락
과거 인터넷에서 공유되었던 가상의 애플카 상상도.
전세계 자동차·전자업계가 기대했던 ‘애플카 프로젝트’가 전격 중단됐다. 애플은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음에도, 지난 10년간 ‘애플빠’들이 고대해온 제품이다. 이제 애플 브랜드를 달고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인공지능(AI)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우위를 내주고 첨단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에 밀리면서, 애플 제국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애플은 사내 공지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사업인 타이탄을 중단한다고 해당 프로젝트 직원들에게 알렸다. 2014년부터 10년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를 공식 종료한 것이다. 애플 고위 임원들은 최근 몇 주간의 격렬한 회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카’ 프로젝트는 2014년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고, 구글이 지금의 로보택시 웨이모가 된 자율주행차에 대한 개발을 가속하던 상황이었다. 아이폰 이후 애플의 미래를 책임질 프로젝트로 ‘모빌리티’가 선정된 것이다.

당연히 ‘애플카’는 시장의 엄청난 관심을 얻었다. 그러나 10년간 잦은 전략변경과 핵심임원들의 사퇴를 경험하면서 결국 폐기의 수순을 밟게 됐다.

디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16년 ‘애플카’ 도메인을 등록하고 핵심 임원인 밥 맨스필드를 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애플의 전략에 대한 혼란이 계속됐다. 소프트웨어만 만들 것인지, 차량을 새롭게 만들 것인지 방향성이 모호했던 것이다. 결국 2017년 구글 웨이모처럼 차량에 센서와 라이다 등을 설치하고 시범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게됐다.

2018년 전 테슬라 임원인 더그 필드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아이폰처럼 애플이 반도체부터 시작해 차량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직접 만드는 방향이 정해졌다. 구글과 오픈AI 출신의 인공지능 연구자인 이언 펠로우를 영입해 자율주행을 위한 AI 연구를 맡기기도 했다.

2020년말 부터는 LG전자, 현대차, 닛산 등 주요 전기차 메이커와 애플카 대량생산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어느 완성차 회사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자율주행 차량 연구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디인포메이션은 보도했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모에서는 잘 운행하던 차가, 실제 도로 환경에서는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테스트 운행중 조깅하던 사람을 거의 칠 뻔한 적도 있었다.

전략은 계속 바뀌는데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서, 해당부서는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확신을 얻지못했고, 2021년 더그 필드가 포드자동차로 이직하는 등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애플 내에서도 ‘애플카’ 부서는 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악명이 높아졌다.

결국 핵심인력들의 줄사퇴 이후 2년도 되지 않아 애플은 ‘애플카’프로젝트를 폐기하게 됐다.

모빌리티 사업을 접으면서 애플은 AI와 공간컴퓨팅(비전 프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해당 프로젝트에 2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인력의 상당수는 생성형AI 개발 부서로 옮기게 되지만 하드웨어 부분의 인력들은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한 데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위축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내에서도 전기차 판매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GM의 크루즈, 구글 웨이모 등 로보택시 사업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애플카 프로젝트가 폐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장중 하락하던 애플의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서 전일대비 0.8% 올랐다. 이미 레드오션인 전기차 시장에서 철수한 것을 긍정적을 본 것이다.

그러나 ‘애플카’라는 중요한 신사업이 사라진 애플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AI나 공간컴퓨팅 사업에서 당장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고성장 중인 타 빅테크 대비 성장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챗GPT’ 출시로 AI 시장을 선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광고 상품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을 확대한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과 달리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 둔화에 주가 흐름과 가장 밀접한 수익성 지표인 주당순이익(EPS)도 정체 상태다. 지난 2022년 애플의 주당순이익은 6.1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도 동일한 수치를 기록하며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애플의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은 1.52달러로 직전 분기(2.18달러) 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장의 우려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3.05%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애플 주가는 4.75%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전 프로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는 올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비전프로 효과는 내년 이후에나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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