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뷰] '은퇴' 권순형, "마지막 팀이 성남 아니라면 의미 없었다...대표팀 못 가본 게 아쉽다"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마지막이, 성남FC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선택했다. 특출나지는 않았어도 축구를 진심으로 대했던 선수로 기억하면 좋겠다."
권순형이 은퇴를 선언했다. 권순형은 강원FC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데뷔시즌부터 15경기를 소화했다. 점차 주전으로 활약하며 강원 핵심이 됐다. 2012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제주에서도 핵심이었다. 수비진 앞에서 중심을 잡아줬고 기회가 나면 공격에도 관여하며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거리 슈팅 강점이 있어 상대에 부담을 줬다.
선, 후배 동료들에게도 절대 지지를 받는, 훌륭한 인성으로도 유명했다. 제주에서 뛰던 권순형은 상주 상무에서 군 생활을 보낸 뒤 제주로 돌아와 2019년까지 뛰었다. 2020년 성남FC로 가면서 8년 만에 새 팀에 둥지를 틀었다. 김영광과 함께 베테랑 라인으로 팀을 이끌고 주장 완장까지 달며 성남을 위해 헌신했다. 성남이 K리그2로 강등된 뒤에도 남았다. 2023시즌 리그 26경기에 나오면서 건재함을 보였다.
시즌 종료 후 성남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이적시장에 나왔다. 추후 행보가 주목됐는데 권순형 선택은 은퇴였다. 권순형은 28일 개인 SNS를 통해 "오늘부로 선수 생활을 내려놓으려 한다. 축구 선수로서 뛰었던 시간들이 그 어떤 순간들보다 행복했다"고 하면서 은퇴 선언을 했다.
'인터풋볼'은 권순형이 축구화를 벗는 심정을 더 자세히 듣길 원했다. 28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권순형은 SNS에 올린 글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며 은퇴를 하는 심경을 전했다.
[권순형과 인터뷰 일문일답]
-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성남에서 코치 제안을 했다. 고민을 했으나 현역 연장 의지가 있었다. 팀을 찾아보려고 했고 K리그2 지방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이후 생각을 깊이 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은퇴를 성남에서 하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은퇴를 결심했다.
- 성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내가 거쳐온 모든 팀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강원은 내가 첫 시작을 한 팀이고 제주는 선수로서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낸 팀이다. 성남은 축구 내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간 것 같다.
- 커리어를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아쉬운 순간이 있나.
2017시즌에 제주에서 뛰면서 우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 우승을 못한 게 정말 아쉽다. 개인적으로 보면 A대표팀을 못 가본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강원에서 프로 데뷔를 했을 때 이렇게 오래 뛸 줄 알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을 했다. 그런데 전반기를 제대로 못 뛰었다. 이대로 프로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위기감을 가지고 습관을 만들고 정말 열심히 했다. 1년차 때 만든 습관이 성남에서 마지막 관둘 때까지 엄청난 도움이 됐다. 어려움부터 시작했기에 경기에 나서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았고 그게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 좋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
제주에서 뛰었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몸이 제일 좋았고 좋은 축구를 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성남에서도 힘든 순간이 많긴 했는데 그러면서 더욱 끈끈해졌다. 강원은 시작하는 매력이 있었다. 단계를 거치며 항상 좋았고 다 기억에 남는다. (한순간만 뽑는다면?) 2016시즌에 리그 3위를 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게 됐을 때가 떠오른다. 첫 ACL을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 은퇴를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일단 아내는 울었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10년 넘게 옆에서 내가 힘든 것도 보고, 본인이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고생했다고 해서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동료들도 연락이 많이 왔다. 모두가 좋은 말을 해줬고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했다. 후배들이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라고 많이 해줬는데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웃음).
-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인가.
코치든 감독이든 축구계 어떤 일이든 다 열어 놓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축구계에서 머물고 싶다.
- 씁쓸하게도 성남에서만 올해 3명이 은퇴했다.
(심)동운이는 큰 부상을 당했고 (김)영광이 형은 나처럼 상황이 안 됐다. 우리 모두 나이로 봤을 때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긴 하다. 어느 길이나 끝은 있지 않나. 크게 개의치 않고 그냥 둘 모두에게 "고생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박수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이다.
- 80년대 중반 선수들이 이제 많이 은퇴를 하고 있다. 현역 선수들도 있다. 응원을 보낸다면.
제주의 김근배, 대구의 이용래는 내 대학 동기들이다. 몸 관리 잘해서 꾸준히 오래오래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수원FC의 이용, 천안시티FC의 신형민도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동나이대 사람들을 더 응원하게 되더라. 정말정말 오래해서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계속해서 응원하겠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축구를 대하는 마음이 진실됐던 선수로 남았으면 한다. 스페셜하고 특출 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꾸준하고 축구를 정말 진실되게 했던 선수로 팬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