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춘삼월
정월대보름 그날 밤, 귀밝이술 나누고 달구경을 하려는데 먹구름의 훼방. 그래도 “귀 밝아라~ 눈 밝아라~” 덕담을 나눴지. 노씨 문중에 가장 술을 잘 잡수시는 분 성함은 노상술. 어려서 상민이, 상열이, 상국이, 그런 이름들 속에 상술이도 있었지. 영국은 막걸리트 대춰, 프랑스는 잔 자크 부으숑, 일본은 도도 마사부네, 술 사주는 친구는 도느로 똥다까. 귀가 밝아지는 이름들이오. ‘이미자, 강수향’의 듀엣곡 ‘춘삼월’ 찾아 듣고 앉으니, 유치찬란 내레이션이 배를 쥐게 해. “가자~ 양떼가 뛰노는 벌판을 넘어 또 다른 행복의 목장을 찾아. 그대와 둘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자. 임과 나의 오붓한 행복의 동산으로 가자, 가즈아~. 춘삼월 꽃이 피면 봄놀이가 그립고 구시월 낙엽 지면 단풍놀이 그립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가는 봄에 오는 봄에 내 청춘이 늙어가도 무정타 한탄 말고 얼씨구절씨구 놀잔다~” 남성가수 강수향은 ‘호반의 벤치’를 비롯해 듀엣곡에서 걸쭉한 목소리를 뽐냈던 옛 가수. ‘아리랑’이 담긴 노래를 각별히 사랑하는데, ‘춘삼월’도 그중 한 곡이다.
우리 모두 인생의 춘삼월을 겪었지. 이제는 어느 고개를 넘으셨소. 무정타 한탄 말고 어절씨구 놀자구용. 용의 해, 청룡 백룡 좋다마는 놀자구용만 어디 하겠소.
어제는 동무들과 약속한 목포에 다녀왔다. 맛집 ‘만선식당’ 머리 찧는 다락에서 말린 우럭으로 끓인 탕으로 속을 다스리고 바닷가에서 커피 한 잔. 춘삼월에 다시 오마 바다에 인사했다. 바다에 달 뜨니 어디선가 ‘풍어 타령’ 들리는 듯. “에헤여라 차차 데헤여라 차차. 용꿈을 안고서 그물을 친다. 고기떼 몰려 고기떼가 몰려 희망에 넘친다. 배 위에 넘쳐 어기여차 두둥실 풍어가 온다~” 어두운 소식들 많으나 구석구석 힘찬 노동요, 시방 봄이 깨어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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