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옆집물리학]지속 가능하지 않은 되먹임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얘기다. 세속의 재산 얘기일 리는 없지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는 부익부 빈익빈이 떠오른다. 예금액이 많은 사람은 금융소득이 더해져 예금이 점점 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채무자의 채무는 점점 늘어난다. 늘어나면 늘어났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음에는 더 늘고, 줄어들면 줄어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다음에는 더 주는 현상이 우리 주변에 많다. 양의 되먹임 혹은 늘어나는 되먹임이라 부르는 효과다.
감염병의 확산도 늘어나는 되먹임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매일 주변의 한 사람을 감염시킨다면, 첫날 한 명의 감염자는 이튿날에는 두 명이 된다. 이렇게 두 명으로 늘어난 감염자는 또 하루 안에 각각 한 명씩을 감염시키니, 사흘째 되는 날에는 감염자가 네 명이 되고, 나흘이 되면 여덟 명이 된다. 늘면 더 늘어나고 그래서 다음에는 더 늘어나는 전형적인 늘어나는 되먹임 효과다. 한편 방역 당국과 모두의 노력으로 감염의 확산을 잘 막아내면 내일은 오늘보다 감염자가 줄고, 감염자가 줄어들어 신규 감염자도 줄면 모레의 감염자는 더 줄어든다. 이것도 늘어나는 되먹임이다. 늘어나는 되먹임은 항상 늘어나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바다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것은 늘어나는 되먹임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크게 줄이면 마찬가지의 늘어나는 되먹임 효과로 지구 기온 상승을 멈출 수 있다. 늘면 늘고 줄면 주는 것이 늘어나는 되먹임이다.
늘면 줄고 줄면 느는, 거꾸로 작용하는 것이 줄어드는 되먹임이다. 집에서 이용하는 온도 조절기가 대표적이다. 설정해놓은 기준보다 온도가 오르면 조절기는 난방 장치의 작동을 멈춰서 이후에는 집의 온도가 내려가고, 온도가 낮아지면 난방 장치를 가동해 온도가 오르게 된다. 주식시장 주가의 움직임도 폭락과 폭등이 없는 평상시에는 줄어드는 되먹임 효과를 보여준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현금화하려는 사람이 늘어 매도 주문이 많아져 주가가 내려가고, 주가가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매수하려는 사람이 늘어 거꾸로 주가가 오른다.
줄어드는 되먹임 효과의 끝판왕은 생명이다. 우리 몸은 체온이 오르면 땀을 흘려 체온을 내린다. 액체인 물이 기체인 수증기로 기화하면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 주변 온도를 내리는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겨울날 기온이 내려가면 피부 모공 주변 근육이 수축해 닭살이 되면서 많은 털이 일렬로 똑바로 선다. 누워있던 털을 세우면 피부 주변 공기층이 두꺼워진다. 물은 기화열이 상당히 큰 물질이라는 것과 공기는 뛰어난 열의 부도체라는 물리학의 현상을 이용해 우리 몸은 줄어드는 되먹임으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혈액 속 당분의 양이 늘면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줄이고, 혈당이 줄면 글루카곤을 분비해 다시 혈당을 늘린다. 여러 종류의 경이로운 줄어드는 되먹임이 생명이 보여주는 놀라운 항상성의 작동 원리다.
자연은 대개 늘어나는 되먹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자연은 늘면 줄이고 줄면 늘려 결국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가진 에너지가 많아 온도가 높은 쪽은 가진 것이 적어 온도가 낮은 쪽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담긴 물의 높이가 다른 물통을 나란히 연결하면 수위가 높은 쪽 물이 낮은 쪽으로 이동해 양쪽의 수위가 같아진다. 가만히 두면 자연은 결국 모든 곳이 균일한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물리학의 평형상태를 보면서 사회를 떠올린다. 가진 자가 더 가지고,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지고 있는 작은 것마저 빼앗기는 늘어나는 되먹임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 심지어 만약 x의 증가 속도가 x의 a제곱(a>1)에 비례하면 x는 유한한 시간에 무한대에 도달해 발산하는 특이점이 도래한다. 간단한 미적분으로 보일 수 있는 명확한 수학적 진실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점점 가속해 늘어나기만 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구의 기후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이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현재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늘어나는 되먹임을 멈추어야 한다. 늘면 더 늘고 그래서 또 더 늘어난다. 해결을 미래로 미룰수록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쉽게도 어제 미처 호미로 막지 못했다면 오늘은 그래도 가래로 막을 수 있다. 내일로 미루면 가래로도 못 막는다. 바로 지금이 해결의 적기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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