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정후 파워인가… 시작부터 이슈가 세 가지나 떠올랐다, 감독도 놀랐다

김태우 기자 2024. 2. 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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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시애틀과 시범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데뷔전을 치른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이정후는 올스타 투수인 조지 커비를 상대로 안타를 때리며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누구에게는 일상적인 시범경기였을 수도 있지만,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등장에 샌프란시스코는 그럴 수 없는 하루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오프시즌 최대 투자이자 올 시즌 최고 기대주인 이정후가 드디어 실전에 나서며 시즌을 앞둔 본격적인 예열에 들어갔다. 고작 한 경기였을 뿐인데, 이슈가 벌써 세 가지나 쏟아졌다. 정확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고, 생각보다 좋은 주력으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자꾸 벗겨지는 헬멧도 화제로 떠올랐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과 경기에서 2024년 시범경기 데뷔전을 가졌다. 당초 이정후는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25일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가벼운 옆구리 통증 때문에 데뷔전이 지연되고 있었다. 이날 드디어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안타가 나왔고 기민한 베이스러닝도 돋보였다. 국내 매체는 물론 현지 매체에서도 이정후의 시범경기 데뷔전을 대서특필하며 그에 대한 관심을 선보였다.

이날 이정후의 시범경기 데뷔전 첫 타석에 마운드에 선 시애틀 선발 투수는 조지 커비(26)였다. 시애틀의 현재이자 미래의 선수로, 자타가 공인하는 팀의 차세대 에이스다. 2022년 25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더니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31경기에 나가 190⅔이닝을 소화하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5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까지 선정됐다. 이정후도 경기 후 “커비는 유명한 선수”라며 맞대결을 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잘 알려진 선수이자, 이정후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첫 타석은 이정후의 승리였다. 이정후는 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3구째 변화구를 잘 받아쳐 1루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우전 안타를 때리고 출루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불리한 카운트에서 콘택트에 집중한 것이 운 좋게 안타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정후는 헬멧이 벗겨진 채 1루를 밟았다. 헬멧이 자신의 머리보다 너무 큰 듯했다.

이어 에스트라다 타석 때는 과감하게 2루 스타트를 끊었다. 에스트라다도 타격을 해 본의 아닌 런앤히트가 된 모양새였다. 여기서 이정후의 2루행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상대 유격수가 공을 더듬었고, 1루로 던졌으나 에스트라다가 먼저 1루를 밟아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았다. 이정후가 뛰지 않았다면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이정후의 기민한 주루 플레이가 흐름을 바꿔놓은 셈이었다. 이정후는 후속 타자 웨이드 주니어의 안타 때 재빨리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넉넉한 타구는 아니었지만 상대 중견수가 홈 승부를 포기할 정도로 이정후의 빠른 판단과 발이 돋보였다.

이정후는 이후 두 타석에서는 1루 땅볼, 헛스윙 삼진에 그쳤으나 모처럼의 실전 경기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선 첫 타석에서 올스타 투수인 커비를 상대로 친 안타가 화제를 모았다.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선수’,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인플레이타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로 소개됐다. 이 능력을 첫 타석부터 보여준 것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 경기에서 1회 5득점의 포문을 연 리드오프 안타를 날렸다. 그의 테이블 세팅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오프시즌 동안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후 매일 구단의 리드오프로 활약할 것이 예상되는 이 선수는 시애틀의 선발 투수 조지 커비의 빠른 공을 오른쪽 측면으로 튕겨내는 첫 안타로 경기장에 모인 6418명의 팬들로부터 멋진 박수를 받았다’고 이 장면을 묘사했다.

▲ 28일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구단과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모은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이정후는 정확한 콘택트와 기대 이상의 주력도 선보이며 이날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역 유력 매체인 ‘머큐리 뉴스’ 또한 ‘경기가 중요하지 않고 통계가 중요하지 않은 스프링트레이닝이지만 자이언츠 캠프에서는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약 1억6000만 달러의 새 선수들(이정후와 조던 힉스를 의미)이 기대했던 블랙과 오렌지 색상으로 데뷔 무대를 가졌다’면서 ‘멜빈 감독은 처음으로 자신의 라인업 카드 최상단에 자이언츠의 가장 큰 자유계약 영입 선수의 이름을 썼다. 조던 힉스도 처음으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 레이더 건에 불을 붙였다. 두 선수 모두 왜 자이언츠가 9자리 숫자 금액을 지불하도록 유인했는지 보여주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머큐리 뉴스’는 ‘이정후의 가장 큰 물음표는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보다 두 단계 아래로 여겨지는 KBO리그 투수들보다 더 강한 공을 자주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력이었다. 매리너스의 젊은 에이스인 조지 커비는 6개의 구종을 구사하며 90마일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이정후가 껄끄러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수준급 선수인 커비를 상대로 안타를 친 것 자체로도 긍정적인 대목이 있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두 번째는 이정후의 예상보다 빠른 발이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준수한 주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도루 개수가 많은 선수는 아니었다. 공‧수‧주 세 가지를 놓고 볼 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건 공격, 그 다음은 수비, 그 다음이 주루였다. 주루는 평범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이날 예상보다 빠른 발을 보여준 것이다. 밥 멜빈 감독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을 정도였다.

‘머큐리 뉴스’는 ‘이정후는 지난 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적은 도루를 기록한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스피드와 별명에 걸맞지 않게 이정후는 7시즌 동안 단 69개의 도루를 기록했을 뿐이며 한 시즌 최다 13개를 넘지 못했다’면서 이날 이정후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높게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69개의 도루만을 기록했고, KBO리그에서 도루의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면서 이정후의 1회 과감한 스타트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논조를 보였다.

멜빈 감독 또한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조금 늦어졌지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한 것은 나에게 꽤 좋아보였다”면서 “그가 (주루에서) 어떤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한다. 내 생각에 그는 주루에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 그는 확실히 주력이 있다. 그는 발목 부상을 당했고, 내가 알기로는 그들은 그가 더 조심하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본 바로는 그는 좋은 주력이 있으므로 우리는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정후의 주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 이정후는 헬멧에 문제가 있었고 맞춤형 제작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이정후는 29일 오클랜드전은 휴식을 취한 뒤 1일부터 다시 시범경기 일정에 나설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한편으로 벗겨지는 헬멧도 화제였다.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라디오 중계진은 ‘샌프란시스코 선수 소속으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순간이다. 헬멧이 날아가는 장면에 이제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이게 이정후의 야구다. 이정후는 커리어 내내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머큐리 뉴스’ 또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정후만이 베이스 위를 날아다닌 것은 아니었다. 그의 헬멧도 바람에 날렸다.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로 점프에 성공한 마지막 선수인 김하성도 분명히 같은 문제를 겪었다. 이정후는 베이스를 도는 건 오직 자신일 정도로 맞춤형 모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썼다.

김하성 또한 헬멧이 자신의 머리와 잘 맞지 않아 계속 고생을 했다. 헬멧이 벗겨진 채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은 이제 김하성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지만, 사실 선수로서는 영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부상 위험도 있다. 벗겨진 채로 주루를 하다 송구라도 머리에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김하성도 제조사 측에 요청해 특별 맞춤 헬멧을 주문한 상태다. 이정후도 그 뒤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정후는 29일 오클랜드 원정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팀의 주축 선수들은 시범경기 일정 초반, 이동을 해야 하는 원정 경기에는 잘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실험해야 할 선수들이 많기도 하다. 이정후는 홈에서 훈련 일정을 진행하며 하루를 보낼 전망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수요일(한국시간 29일) 오클랜드와 경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목요일 라인업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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