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반노동과 흑자, 쿠팡의 두 얼굴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4개월째 일하던 장덕준씨가 2021년 10월12일 새벽 퇴근 뒤 숨졌다. 당시 27세이던 장씨는 오후 7시부터 8~9시간의 ‘심야노동’을 했다. 근무 기간 몸무게가 15㎏ 줄었다. 유족들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2020년 3월 쿠팡 소속 택배노동자가 배송 중 숨진 후 1년간 쿠팡 물류센터·택배 업무를 하던 6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쿠팡은 사고 발생 때마다 ‘과로 환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7월 쿠팡 노조는 무더위 속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첫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80%가 더위·추위·먼지에 고통받고 있다”는 노조원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에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CFS가 기피 인물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일용·계약직 노동자 1만6450명을 6년 넘게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팡 측은 회사 고유권한인 인사평가라 반박하며 법정 공방에 나섰다. 힘들고 숨막히는 사업장의 상징이 된 것이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일터를 “현대판 막장” “21세기 평화시장”이라고 자조한다.
매년 수천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누적 적자만 6조원에 달하는 쿠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 해 흑자를 달성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28일 지난해 매출이 31조8298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하고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었다고 공시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로켓배송’에 필요한 물류·인력 등 분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결실이라고 했다.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 100여곳에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그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설립 초기부터 근본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만드는 데 도전했다”며 “수년간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했던 과감한 베팅이었다”고 말했다.
쿠팡의 흑자 전환이 창업자의 설명처럼 ‘창조적 파괴’와 ‘야성적 충동’에 의한 혁신의 결과만일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땀과 한숨과 눈물이 녹아 있다. ‘반노동과 흑자’, 두 얼굴의 쿠팡이 돈 잘 버는 기업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바란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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