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미국인 55% "불법이민은 중대한 위협", 대선 쟁점 급부상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불법이주민들이 임시캠프로 가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9일 나란히 텍사스주 남부 국경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국민이 정부 운영이나 경제보다 불법 이주민 문제를 더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멕시코 국경을 통한 이주민의 불법 입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반(反)이민 정서가 확대되어 불법 이민 문제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갤럽이 지난 1~20일 미국의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28%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정부(20%), 경제일반(12%), 인플레이션(11%), 빈곤·굶주림·노숙(6%) 등의 순이었습니다.

갤럽 조사에서 이민 문제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힌 것은 중미 지역 출신 이주민들이 대규모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2019년 7월(27%)이 가장 최근입니다.

정치 성향별로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57%가 이민 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는데 이는 1월(37%)보다 20%포인트나 오른 것입니다. 무소속의 경우는 16%(1월)에서 22%로 6%포인트가 올랐으나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1월 9%·2월 10%)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갤럽 조사에서는 또 전체 응답자의 55%가 불법 이민 문제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직전 최고치인 2004년(50%)보다 5%포인트나 높은 수치라고 갤럽은 밝혔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뿐 아니라 무소속 유권자들(54%)도 1년 전(40%)보다 더 불법 이민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유권자의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코로나19 때의 이른바 불법입국 즉시 추방 정책이 지난해 종료되고, 지난해 12월 월간 기준으로는 불법 이주민 숫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여기에다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의회에서 국경 강화 방안이 포함된 패키지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것도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꼽힙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주민에 의한 범죄를 부각하고 사상 최대 추방 정책을 공약하는 등 대선 운동에서 쟁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강경 이민 정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을 강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의 출구조사에서 각각 55%, 66%가 불법 이주민을 즉각 추방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2016년 출구조사의 경우 뉴햄프셔에서는 56%가 불법 이주민에 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44%만 불법 이주민을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뉴햄프셔 및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 '불법 이주민 추방' 입장을 보인 유권자 4명 중 3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NN은 "트럼프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여론조사원인 짐 맥러플린은 "대다수의 미국인은 '내가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고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더라도 이민 문제는 트럼프 때 해결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 텍사스주 국경 지역을 나란히 방문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글패스를 각각 방문합니다.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주민 폭증으로 이민 정책 문제가 대선의 주요 정책 문제로 부각되자 정치적 책임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