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집 찾아가 복귀명령…경찰, 의협 간부 수사(종합2보)
만일 상황 대비해 경찰 협조도 받기로…경찰 "의사단체 지도부 중심 수사"
"미복귀시 3월부터 면허정지 등 사법절차"…전날엔 의료사고특례법 '당근책'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서혜림 기자 =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9일을 하루 앞두고 각 수련병원 전공의의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그동안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올 것을 명령했으나, 마지막으로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함으로써 사법 절차를 위한 준비를 마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8일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공의 자택에 방문해 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송달하려는 장소에서 대상자를 만나지 못했을 때는 동거인 등 대리인에게도 문서를 교부할 수 있다.
이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받기를 거부하면 그 사실을 수령확인서에 적고, 문서를 송달할 장소에 놓아둘 수 있다.
복지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에 협조 요청도 해둔 상태다. 공무원이 민원인 등의 집을 직접 방문할 때는 반발 등에 대비하고자 통상 경찰이 대동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명령 송달은 문자 메시지나 우편을 통해서도 하고, 직접 교부도 해왔다"며 "송달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어 이에 대응하고자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부가 직접 방문해 전달한 업무개시명령은 약 10건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집에 아무도 없는 탓에 명령을 직접 전달하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지도부나 집행부를 목표로 두고 명령을 전달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우편이나 문자 등을 마지막까지 회피한 전공의들은 집행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전공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밖에 나와 있느라 우리 집에 공무원들이 찾아왔는지는 모르겠다"며 "주변에서 두세 명 정도 공무원 방문이 있었다고는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의 전공의 자택 방문을 두고 "대한민국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며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의업) 포기를 통한 의사들의 저항도 더욱 거세지고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경찰은 의사단체 '지도부'를 중심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직한 전공의까지 수사하느냐는 질의에 "고발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의협 핵심 관계자들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21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박단 전 대전협 회장을 의료법 위반·협박·강요 등 8개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정부는 이번 자택 방문을 통해 명령 교부를 확실히 마무리함으로써 '전공의 고발'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정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면서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전날에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공의들을 우선 고발하는 것보다 이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한 '선배 의사'들을 먼저 고발함으로써,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오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정부는 27일 하루 만에 2천명 넘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대상자를 100개 수련병원 9천267명으로 늘렸는데, 이 또한 전공의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경찰은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고발 건을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경찰은 앞서 서민위가 고발한 사건을 이번 사건과 병합해 수사할지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29일 이후 첫 정상 근무일인 3월 4일을 기해 미복귀 전공의 수를 파악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복귀자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복지부가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이 피고발인에게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전공의 여러분께서는 이달 말인 2월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 즉시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다며 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전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해 법적 부담 완화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특례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보상한도가 정해진 보험)에 가입한 경우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과실로 환자 사망사고를 냈더라도, 의료진이 보상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했다면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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