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찾아가 복귀 명령 … 정부, 미복귀 전공의 고발 준비 마쳤다
업무개시명령 직접 전달
건대 전공의 12명 돌아왔지만
대다수 "처벌 겁박은 안 통해"
응급실 지키는 의사 번아웃
"사직 아닌 순직하게 생길 판"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습니다." 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렇게 호소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그는 "응급의학을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는 아니지 않냐. 코로나19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제 몸이 갈려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9일을 하루 앞둔 28일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뚜렷한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찾아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전달하는 등 3월 이후 사법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열흘 가까이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의료 인력은 피로도가 극에 달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악화일로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그간 우편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공의에게 현장 복귀를 명령했는데, 이날 마지막으로 송달 효력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공의 고발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경고에도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전날 저녁 7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9곳에서 전공의 993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해당 병원에 소속된 전체 전공의 중 80.8%에 달하는 숫자다. 근무 병원을 이탈한 인원은 소속 전공의의 73.1%인 8992명으로 확인됐다. 전날보다 이탈자가 50여 명 늘었다.
일단 복지부는 29일 이후 첫 정상 근무일인 다음달 4일께 미복귀 전공의 수 파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집계 완료 후 경찰 고발이 이뤄지면 경찰이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전공의 중심의 집단행동이 향후 개원의 등 사업자 관련 단체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의료계 단체 대응 동향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자 단체인 의료단체가 구성원에게 휴업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위반한다고 볼 수 있다.
사법 처리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전공의들이 기한 내 복귀할 것이란 기대감도 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건국대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한 사실을 파악했다.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복귀 의사가 있는 전공의는 29일 오전부터 출근을 시작할 것이란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의나 중과실을 빼고 일반적으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의료사고에 휘말리는 일을 제도적으로 막아달라는 개원의와 전공의의 일관된 의견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다른 나라에 있지 않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을 만든 뒤 본격 공론화에 들어갔다"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도 이 특례법에 대해 굉장히 희망적이고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 생각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대화를 준비 중이라며, 대학 총장들에게 당분간 의과대학 증원에 관한 의사 표명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총장님들께 보내는 호소문'에서 "현재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를 위해 협의체를 준비하고 있다"며 "협의체가 구성되기 전까지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의대 정원 증원) 신청 요청을 자제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교 총장과 두 번째 간담회를 열고 "전체 의대 재학생의 26% 수준인 4880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태"라며 "각 대학에서 의대생의 휴학 신청에 대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철회를 독려하거나 반려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음달 4일까지로 예정된 의대 정원 증원 수요 조사와 관련해 "학교별 교육 여건을 고려한 뒤 미래 의료 인재 양성에 필요한 증원 규모를 적극적으로 신청해주기 바란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표성 있는 카운터파트가 없어 소통이 쉽지 않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날 "필수의료 정책은 개원가보다는 병원에 적용되는 게 많아 현재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대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병원계, 개원가, 전공의, 대학 교수 등이 모여 대표단을 구성하면 정부가 그에 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표성 있는 협의체를 꾸리기도 쉽지 않다. 의료대란이 심화하면서 전공의의 스승인 의대 교수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의협은 스스로를 유일한 협상 창구라고 주장하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김지희 기자 / 우제윤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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