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 장례식장, 어린이집 → 요양원 … 초고령 한국의 그늘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4. 2. 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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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통계
예식장 6년새 292곳 사라질때
경로당은 2576곳 크게 늘어
"놀이터 대신 노인체육시설로"
아파트 주민들 요청 잇따라
출생아 수 8% 감소한 23만명
서울·부산 대도시 출산율 뚝

경남 창원 목련주야간보호센터는 5년 전만 해도 어린이집이었지만 지금은 경증 치매와 뇌졸중 환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뛰놀던 앞마당은 이제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산책터가 됐다. 경기 남양주시는 지난해 주민 요청으로 진건읍에 위치한 한 놀이터를 노인 체육시설로 바꿨다. 유아 인구가 줄면서 인근 화도읍 놀이터는 아예 철거됐다. 강원 강릉 임대아파트에서는 놀이터 자리에 경로당을 지어달라는 민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접수됐다.

급속한 저출생·고령화에 전국 곳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노인 시설이 대신하는 '인구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고 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0.68명)은 이보다 더 낮아져 연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0.7명대가 붕괴될 전망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전례 없는 속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프랑스(1.8명), 미국(1.66명), 독일(1.58명)은 물론 한국에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1.3명)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한국은 2013년부터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한산한 신생아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인구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28일 서울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소멸 위기감은 더 크다. 서울(0.55명), 부산(0.66명), 인천(0.69명), 대구(0.7명) 등 대도시권 출산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부산 중구(0.31명), 서울 관악구(0.38명), 서울 종로구(0.4명)는 0.3~0.4명 선까지 주저앉아 인구위기가 현실이 됐다.

인구 감소 직격탄을 맞은 곳은 예식장과 어린이집이다. 매일경제가 국세청 사업자등록 현황과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예식장은 740곳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까지 줄었다.

결혼 기피 현상이 심해지며 예식장은 최근 6년 새 292곳(28.3%)이 증발했다. 혼인은 줄어드는데, 나이가 들어 사망하는 인구는 늘면서 예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바뀌는 사례도 많다. 2003년 들어선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예식장은 운영 10년 만에 장례식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광주 동구의 한 장례식장도 예식장에서 업종을 변경했다.

국공립·민간 기관 등 전국 어린이집은 2022년 기준 3만923곳으로 1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경로당은 6만8180곳, 노인요양시설은 4346곳으로 최근 6년 새 각각 2576곳, 1085곳 급증해 나란히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영주 무소속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어린이집·유치원으로 운영되던 시설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19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내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첫 진입한다. 고용은 물론 교육·국방 등 사회 전 분야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실제 출산율에 따라 인구 5000만명 선이 무너지는 속도는 확연히 달라진다. 통계청은 총인구가 지난해 5171만명에서 2072년 3622만명으로 1549만명 줄 것으로 봤다. 그나마 이는 합계출산율이 현재 0.7명 선에서 완만히 회복될 것을 가정한 중위 추계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 최대 원인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라며 "임신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사실혼을 포함한 다양한 결혼 제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30대 가구의 절반 이상이 맞벌이 가구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 제도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더 촘촘히 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동수당과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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