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매트리스 어디서 사요?" 이정후의 해맑은 질문…SF, '1500억 투자' 안심한 의외의 포인트

김민경 기자 2024. 2.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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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편한 침대 매트리스는 어디서 사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동료들과 코치진은 신입생 이정후(26)의 해맑고 거침없는 질문을 듣고는 안심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8억원)에 계약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문을 두드렸다. KBO리그에서는 국내 타자 역대 최고 타율 0.340을 기록한 천재 타자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저 루키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수준이 2~3단계는 낮게 평가받기 때문에 자연히 이정후에게 아시아 야수 최고 대우를 약속한 샌프란시스코의 결정이 옳은지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정후가 이른 시일 안에 '오버페이'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해 KBO 시절처럼 성과를 내는 게 중요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의외의 포인트에서 이정후를 향한 걱정을 덜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28일(한국시간) 훌륭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 이정후를 높이 평가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 팀 동료와 코치들에게 잘 물어보는 태도를 칭찬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한국 미디어로부터 매일 취재 요청을 받고 있고, 처음 메이저리그 캠프에 참가해 관련 규정과 불문율 같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며 정신없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먼저 강조했다. 매체는 이정후가 이런 상황에서도 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야구 외적인 사소한 것까지도 팀 동료들과 코치들에게 잘 물어보고 있다며 팀 적응 문제는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매체가 정리한 이정후의 시시콜콜한 질문 리스틀 살펴보면 '가족도 팀 숙소(호텔)로 부를 수 있나요? 타격 훈련을 마이너리그구장에서 조금 더 하고 싶으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죠? 어디에 가면 편한 침대 매트리스를 살 수 있죠?' 등이 있었다.

디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과 코치진은 캠프 초반 이정후에게 성적(기록)은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저 이정후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며 이정후가 구단의 바람대로 잘 움직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정후에게 매트리스 추천 질문을 받은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는 "내가 이정후에게 '야구와 관련해서 걱정스러운 게 보이면 우리는 그때그때(문제가 보일 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우리는 이정후가 여기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분명 적응 기간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중 그 누구도 이정후가 여기서 하는 일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정후를 팀이 전적으로 믿고 있으니 괜히 걱정하고 의심하며 스스로 불편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는 짧은 기간에도 이정후가 타지에서 혼자 속으로 앓을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파악했다.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매일 이정후에게 한국어 단어를 하나씩 배우면서 가까워지고 있다. 'NBC스포츠베이에어리아'는 지난 25일 야스트렘스키가 "이정후는 환상적이다. 정말 팬이 됐다. 나는 매일 한국어 한 단어씩은 배우고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이정후에게 '침착해(relax)' 또는 '편하게(easy)!'와 같은 기본적인 단어를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봤다. 이정후가 담장으로 돌진할 때나 뭐 그런 상황에 쓰기 위해서 물었더니 이정후가 내게 'Shwibta(쉽다)'라고 알려줬다. 쉽다가 'easy! easy!'를 뜻한다고 하더라. 이정후가 펜스로 달려들고 있고 펜스에서 떨어져 플레이를 해야 할 때 'easy! easy!'를 말하면 잠깐의 여유를 줄 수 있다. 이게 오늘 여러분에게 해주는 한국어 수업"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의 활발한 성격이 리그 적응에 도움이 되리라 바라봤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활기차고, 재미있고, 동료들 곁에 있고 싶어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는 동료들을 알고 싶어하고, 그가 할 수 있는 한 동료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여기서 그런 열정을 경험하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극찬을 받았다. ⓒ AP통신/연합뉴스
▲ 이정후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그라운드 밖에서 태도와 함께 그라운드 안에서 실력도 인정받았다. 이정후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삼진 1득점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경미한 옆구리 통증으로 샌프란시스코 시범경기 개막전 출전이 무산되면서 한때 걱정을 샀지만, 이정후는 이날 플레이로 가벼운 몸 상태를 증명했다. 경기는 9회 안에 승패를 가리지 못해 10-10 무승부로 끝났다.

이정후는 0-2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부터 안타를 생산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시애틀 선발투수는 저지 커비로 빅리그 2년차였던 지난해 31경기, 13승10패, 190⅔이닝,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면서 올스타로도 선정된 신성이었다. 이정후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 콘택트에 집중하는 타격을 펼쳤고, 1-2간에 빠르게 빠져나가는 안타를 생산하면서 팀 첫 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정후는 무사 1루에서 다음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할 때 병살을 막는 좋은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가 실수 없이 수비를 했다면 병살타가 되는 코스였는데, 이정후가 빠르게 2루로 쇄도하면서 타자주자 에스트라다까지 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정후는 계속된 무사 1, 2루 기회에서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중전 적시타를 날릴 때 빠르게 달려 홈에 서서 들어오는 여유를 보였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1-2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이정후 득점 이후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불이 붙었다. 1사 1, 2루에서 윌머 플로레스가 또 안타로 출루하면서 만루를 만들었고, 시애틀은 커비를 바로 마운드에서 내리고 재러드 베이레스로 교체했는데 패트릭 베일리가 그랜드슬램을 터트려 순식간에 5-2로 뒤집었다.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 우익수 쪽 안타를 쳤고, (출루한 뒤에는) 2루로 빨리 쇄도해 병살을 막았다. 그리고 웨이드 주니어가 중견수 앞에 적시타를 쳤을 때는 홈송구가 이뤄질 틈 없이 득점했다. 이정후의 이 플레이는 베일리가 만루포로 마무리한 1회 5득점 이닝의 시작이었다'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불을 제대로 붙였다고 평가했다.

MLB.com은 '비시즌에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주전 리드오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정후는 시애틀 우완 커비의 변화구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샌프란시스코 선수로 그의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정후는 관중 6418명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알렸다.

이어 '이정후는 2루로 빠르게 향하면서 그의 스피드를 보여줬는데, 덕분에 시애틀 유격수 블리스의 실책을 유동했을지도 모른다. 블리스는 병살타로 보였던 에스트라다의 타구를 포구할 때 저글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이후 2루에 있던 이정후는 웨이드 주니어의 중전 적시타에 힘입어 득점했다'고 덧붙이며 1번타자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플레이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멜빈 감독은 경기 뒤 "(이정후가) 한참을 기다린 끝에, (옆구리 부상으로) 조금 늦어지기도 해서, 그라운드에 나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도 하고 나는 매우 좋게 봤다"고 총평했다.

이정후는 미국 현지 취재진에 "5득점 빅이닝에 불을 붙일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도 "나는 그저 미래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며 한 경기에 큰 의미를 두진 않겠다고 했다.

▲ 첫 안타를 생산한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안타를 신고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데뷔전을 지켜본 동료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이정후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날린 웨이드 주니어는 "잘 알려진 대로였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정후는 배트를 잘 다뤘고, 발이 빨랐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을 매우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갈수록 좋아질 것 같다. 타석에서 까다롭게 승부하면서 연거푸 출루하는 등 1번타자로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 같다. 특히 배트 콘트롤을 잘할 수 있고, 그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기 때문에 타석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애슬레틱은 '웨이드 주니어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1번타자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출루율 0.373을 기록하면서 규정타석을 채운 빅리그 타자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공격은 충분히 다이내믹하지 못했고, 웨이드 주니어는 단 64득점에 그쳤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래서 이정후, 에스트라다, 웨이드 주니어로 이어지는 콘택트 능력과 스피드, 출루 능력을 갖춘 상위 타선이 조금 더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홈런과 연속 안타에 힘을 쓸 필요가 없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정후의 바로 옆 라커를 쓰는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는 이정후의 기본적인 타격 기술을 지켜보고 놀랐다. 디애슬레틱은 '콘포토는 이정후가 실내 훈련장에서 어떤 루틴으로 훈련하는지 지켜봤다. (좌타자인) 이정후는 웜업 루틴으로 오른손으로 스윙을 시작한다. 언더핸드, 오버핸드 공을 차례로 친 뒤에야 본격적으로 풀스윙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콘포토는 "이정후는 공을 엄청 세게 쳐야 한다는 걱정은 없는 것 같다. 그는 그저 그의 길을 찾고 있는 게 흥미로웠다. 빅리그에서 오래 뛴 베테랑들에게나 볼 수 있는 루틴이다. 이정후의 모든 루틴에는 목적이 있다. 매우 의도적인 행동들이다. 저스틴 비엘 타격코치가 이정후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올 때 그 훈련 루틴을 같이 갖고 온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 이정후가 1번타자 중견수로 처음 실전에 나섰다.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게 가장 큰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디애슬레틱은 '콘포토는 이정후에게 가장 큰 난관은 빠른 구속과 싸우는 게 아니라 빅리그에서 마주할 정말 다양한 투수들에게 적응해야 하는 문제일 것으로 바라봤다. KBO는 10구단밖에 없는 리그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는 생소한 투수들로만 가득한 나머지 29개 메이저리그 구단과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후는 이날 시애틀 선발투수 커비를 상대하면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조금은 맛을 봤다. 커비를 상대한 이후 뒤에 나온 시애틀의 낯선 투수들을 상대할 때는 구단에서 제공한 투구 분석 자료를 보고 타석에 섰다고 한다.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정후에 대한 가장 큰 물음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할 능력이 있는지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보통 그들보다 2단계 정도 아래로 평가받는 KBO 투수들보다 더 빠르고 움직임이 훨씬 많은 공을 던진다. 이정후는 첫 시험 상대로 커비를 만났다. 커비는 시애틀의 어린 에이스로 6가지 구종을 던지면서 90마일(약 144.8㎞) 초반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이정후는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커비는 매우 잘 알려진 투수다.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그냥 맞히는 타격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커비를 상대한 소감을 밝힌 뒤 "직구를 말하자면, 확실히 다르긴 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구속인 것 같다. KBO랑 메이저리그는 분명 다르다"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더 많이 지켜보며 '적응' 이슈에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 이정후는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과시하며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연합뉴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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