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우칼럼] 올해 깨질 한국경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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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만든 기록에 사람들은 울고 웃었다.
우리 경제도 올해 몇 개의 기록이 깨질 것 같다.
실물경제 기록도 이어진다.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단단히 고장 난 채 굴러가는 시간도 기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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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는 커지고
경제 실력은 발휘 못해
위기지표 기록이 바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만든 기록에 사람들은 울고 웃었다. 대표팀이 넣은 11골 중 후반 추가 시간에만 4골이 터졌다. 참가국은 물론, 역대 최다 기록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4강까지 올랐다. 반면 졸전을 벌인 4강 요르단전에서는 유효 슈팅이 '0'이었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좋은 기록은 좋은 결과를 낳고 안 좋은 기록이 만들어지면 불행한 현실이 닥친다.
우리 경제도 올해 몇 개의 기록이 깨질 것 같다. 먼저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8월 이후 올 2월까지 7개월 연속 월평균 기준 1300원을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기간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부터 1998년 6월까지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기록한 7개월이 가장 길다. 3월 평균 환율이 1300원을 넘으면 고환율 기록을 새로 쓴다.
1300원이 넘는 환율은 우리나라 통화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원화값의 완만한 하락은 해외 시장에서 수출가격을 낮춰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선을 넘는 원화값 하락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를 반영한다. 과거를 살펴보면 대체로 환율 1200원 선이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넘어서는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출 호조와 무역수지 개선으로 달러 유입량이 늘어나는데도 원화값 하락세가 이어져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원화값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면 경제위기로 이어진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경험은 이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 기준금리(연 5.5%)가 한국(연 3.5%)을 넘어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2022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18개월째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다. 글로벌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국가 신용도가 높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된 최장 기간은 2005년 5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5개월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2%포인트로 이미 사상 최대치이고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돼 금리 역전 기간도 올해 최장 기록을 깰 가능성이 크다.
원화값 하락과 한미 금리 역전으로 우리나라 통화 정책의 공간이 협소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3년 1월부터 1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 중이다. 과거 한은이 금리를 가장 오래 동결한 기간은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016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로 각각 17개월간이다. 한은 기준금리 동결 기간이 올 상반기를 넘어서면 새로운 기록이 나온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기간이 우리 경제 역사상 가장 길어지는 것이다.
실물경제 기록도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던 2020년을 제외한 11년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에 못 미쳤다. 각종 구조적 문제 때문에 경제의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넘게 경제 실력이 발휘되지 않은 나라는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던 일본에서도 유례가 없다.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단단히 고장 난 채 굴러가는 시간도 기록을 만들고 있다.
외환 금융 실물 등 각 분야에서 안 좋은 기록은 서로를 부추기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키워나갈 것이다. 정부가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제 선순환의 물꼬를 트는 것이 시급하다. 선거를 의식한 임시방편의 포퓰리즘 정책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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