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29일 분수령…행보 빨라진 정부 Vs 요지부동 전공의
이지현 2024. 2. 28. 17:05
29일 복귀시한 제시에도 탈 병원 행렬 계속
정부 사법절차 착수 위해 행정명령 직접 전달
전임의 잇따른 사직…대학병원 진료 축소 불가피
정부 사법절차 착수 위해 행정명령 직접 전달
전임의 잇따른 사직…대학병원 진료 축소 불가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가 29일이면 10일째다. 정부는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9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를 밟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전공의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복귀도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등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강경 대응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상황은 예측불가다.
◇ 전공의 근무지 이탈 73.1%…행정 절차 착수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7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자료 부실 제출로 시정명령 예정인 1개 병원을 제외하고 주요 99개 수련병원 서면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37명으로 집계됐다. 소속 전공의의 약 80.8%나 된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992명(소속 전공의의 약 73.1%)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최후통첩한 복귀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행렬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9267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 중 전공의 수 상위 57개 병원 전공의 5976명에겐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현장 교부송달, 문자송달, 우편송달 등을 병행했지만 우편송달 시 폐문·부재로 인해 수취가 안 된 경우도 있어 일부 대상자에 한해 직접 교부 송달한 것이다. 29일까지 복귀한다면 정상 참작을 해주겠지만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면허 정지 처분과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날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직원이 직접 교부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경찰 동행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며 “직접 교부는 복지부·지자체 직원만 하고 경찰은 필요 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전공의 공백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공보의 중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이들을 차출한 상태다. 지역 대형병원의 필수의료에 긴급 투입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복귀 타진…“그냥 쉬겠다” 반응도
전공의들 분위기는 저마다 다르다. 일부 병원에서는 개별과 교수들이 전공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 복귀를 통해 정부에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에 일부 전공의들은 복귀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다. 국민적 여론이 의사들을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무력감을 느껴 당분간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급할 게 없지만,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정부가 될 거로 전망했다.
전공의들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 1일부터 연차가 1년씩 느는 구조다. 이들 중 60~70%에 해당하는 남성 전공의는 휴학에 돌입할 경우 대거 군 입대나 공보의로 가야 한다. 대학·종합병원 의사의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가 한꺼번에 자리를 비울경우 공백 기간은 3~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 관계자는 “단체로 행동한 게 아니고 개별 사직형태여서 사실 단체로 복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공의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액션이 있지 않는 한 복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병원이탈에 이어 전임의(펠로우)들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들의 근무계약 기간이 29일부로 만료돼서다. 조선대병원의 전임의 19명 중 15명도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일부 전임의도 계약을 종료한 상태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임의도 대거 재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임의도 절반가량 병원을 떠나면 현재 겨우 유지하는 병원 진료 체계의 추가 축소가 예상된다. 교수 등은 진료와 수술을 이어가겠지만, 궂은 역할을 도맡아 했던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없어 병원 운영은 더 어려워진다. 현재도 대학병원에선 외래 10%, 수술 20~30% 정도씩 줄이며 진료 과부하 부담을 덜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태 장기화 땐 아예 환자를 줄여야해 병원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현재 신규 진료접수를 아예 받지 않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겠나. 병원 내 그 누구도 사태 장기화는 원치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3월 3일 서울 총 궐기대회를 통해 파업의 기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라며 “후배들의 부당한 피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현재의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접으면서 의업을 포기하며, 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7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자료 부실 제출로 시정명령 예정인 1개 병원을 제외하고 주요 99개 수련병원 서면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37명으로 집계됐다. 소속 전공의의 약 80.8%나 된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992명(소속 전공의의 약 73.1%)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최후통첩한 복귀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행렬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9267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 중 전공의 수 상위 57개 병원 전공의 5976명에겐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현장 교부송달, 문자송달, 우편송달 등을 병행했지만 우편송달 시 폐문·부재로 인해 수취가 안 된 경우도 있어 일부 대상자에 한해 직접 교부 송달한 것이다. 29일까지 복귀한다면 정상 참작을 해주겠지만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면허 정지 처분과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날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직원이 직접 교부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경찰 동행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며 “직접 교부는 복지부·지자체 직원만 하고 경찰은 필요 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전공의 공백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공보의 중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이들을 차출한 상태다. 지역 대형병원의 필수의료에 긴급 투입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복귀 타진…“그냥 쉬겠다” 반응도
전공의들 분위기는 저마다 다르다. 일부 병원에서는 개별과 교수들이 전공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 복귀를 통해 정부에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에 일부 전공의들은 복귀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다. 국민적 여론이 의사들을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무력감을 느껴 당분간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급할 게 없지만,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정부가 될 거로 전망했다.
전공의들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 1일부터 연차가 1년씩 느는 구조다. 이들 중 60~70%에 해당하는 남성 전공의는 휴학에 돌입할 경우 대거 군 입대나 공보의로 가야 한다. 대학·종합병원 의사의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가 한꺼번에 자리를 비울경우 공백 기간은 3~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 관계자는 “단체로 행동한 게 아니고 개별 사직형태여서 사실 단체로 복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공의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액션이 있지 않는 한 복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병원이탈에 이어 전임의(펠로우)들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들의 근무계약 기간이 29일부로 만료돼서다. 조선대병원의 전임의 19명 중 15명도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일부 전임의도 계약을 종료한 상태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임의도 대거 재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임의도 절반가량 병원을 떠나면 현재 겨우 유지하는 병원 진료 체계의 추가 축소가 예상된다. 교수 등은 진료와 수술을 이어가겠지만, 궂은 역할을 도맡아 했던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없어 병원 운영은 더 어려워진다. 현재도 대학병원에선 외래 10%, 수술 20~30% 정도씩 줄이며 진료 과부하 부담을 덜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태 장기화 땐 아예 환자를 줄여야해 병원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현재 신규 진료접수를 아예 받지 않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겠나. 병원 내 그 누구도 사태 장기화는 원치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3월 3일 서울 총 궐기대회를 통해 파업의 기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라며 “후배들의 부당한 피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현재의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접으면서 의업을 포기하며, 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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