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흑자' 낸 쿠팡…다음 스텝은 '알테쉬' 방어전

김아름 2024. 2. 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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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31조·영업이익 6174억
쿠팡 "올해도 20%대 성장 예상돼"
중국발 '알테쉬' 공세 방어가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이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30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수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계획된 적자'라며 뚝심있게 사업을 확장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중국발 '알테쉬'의 공세가 매섭다. 압도적인 가성비로 시장 점유율을 키워 온 중국계 이커머스들이 본격적인 한국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쿠팡에 '다음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31조·6174억

쿠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6174억원(4억7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4분기에만 1700억원 넘는 흑자를 냈다. 매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31조8298억원으로, 쿠팡의 연 매출이 30조원을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의 연간 흑자 달성에는 의미가 있다.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커머스 전환 후에는 적자폭이 커졌다. 2018년엔 연간 적자가 1조원을 돌파했다. 2년 전인 2021년에도 1조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계획된 적자"라는 말은 유행이 됐다. 

쿠팡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그럼에도 쿠팡은 흔들리지 않았다. 적자의 원인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쿠팡 물류센터가 자리잡자 상황이 바뀌었다. 2022년엔 적자폭을 단숨에 1447억원으로 줄였다. 국내 사업만 보면 이미 흑자였다. 3분기부터는 흑자가 났다. 연간 흑자는 시간 문제였다. 

단순히 '흑자'를 낸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마케팅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해서 낸 흑자가 아니다. 쿠팡의 활성고객(해당 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21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6% 늘어났다. 와우 유료 멤버십 회원 수는 1년간 300만명(27%)이 늘어난 1400만명을 달성했다. 향후 실적을 보장해 주는 지표다. 

알테쉬의 역습

그럼에도 쿠팡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알리바바와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1월 MAU(월간 사용자 수)는 717만명으로,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테무 역시 한국에 상륙한 지난해 8월 51만명에서 올해 1월 571만명으로 급증했다. 200만명 이상의 MAU를 기록한 쉬인을 포함한 '알테쉬'의 1월 MAU는 1509만명에 달한다.

중국발 이커머스들의 최대 경쟁력은 자금력이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50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매출만 174조원에 달한다. 테무와 쉬인의 모회사인 핀둬둬 역시 시가총액이 230조원을 넘는 공룡 기업이다. 미국에 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38조원 안팎이다. 시총만 놓고 보면 공룡과 개미의 싸움이다.

알리와 테무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광고비 무제한' 정책을 펼친다.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2조원 이상의 광고비를 사용했다. 알리바바도 1조7000억원을 썼다. 유명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국내 이커머스의 2배가 넘는 광고 수수료를 지급하며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는 디지털 광고 수수료로 2~3%를 지급하는데 알리와 테무는 6~7%를 지급한다"며 "최근엔 프로모션 수수료가 10~20% 이상 치솟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중국 이커머스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배송 기간도 상당 부분 줄이는 데 성공했다. 1년여 전만 해도 1개월씩 걸리던 중국발 배송은 지난해 봄부터 4~5일로 단축됐다. 현재 중국 물류센터를 통해 제품을 배송 중인 알리가 연내 국내 물류센터를 세우면 배송기간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토종 이커머스 매출이 잠식당하고 있다"며 "온라인 유통의 주도권을 내주면 제조와 물류, 서비스까지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다만 전국 단위의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물론,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 상품을 파는 쿠팡과의 격차는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알리 등에서 구매하는 중국 제품이 저렴한 것은 '검증 비용'이 생략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관세, KC인증 취득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중국 이커머스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대신 인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다 보니 유사상품이나 카피 제품 등이 범람하는 것도 막기 어렵다.

배송 역시 쿠팡 수준의 새벽배송망을 갖추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보한다 해도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센터를 세운 쿠팡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결국 수도권에 한정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이 상품 경쟁력 외에도 '와우 멤버십'을 통해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의 부가 서비스 혜택을 키우고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와우 멤버십의 혜택인 쿠팡이츠 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주문량이 2배 늘었다"며 "쿠팡플레이 역시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2년 연속 전체 카테고리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소비자들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락인' 서비스가 중국 업체들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가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지만 쿠팡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로켓배송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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