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에서 만드니… 이게 진짜 '김치 프리미엄' [떴다! 기자평가단]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2. 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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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김치
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서 김장 김치를 담그는 가정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수년 새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1·2인 가구 비중도 증가하면서 포장김치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식품 업체뿐만 아니라 특급호텔까지 프리미엄 김치를 내놓으며 수요 선점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기존 워커힐호텔앤리조트와 조선호텔앤리조트 2강 구도에 지난해 롯데호텔앤리조트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특급호텔 김치의 3파전 체제가 형성됐다. 가장 먼저 판 곳은 워커힐호텔이다. 1989년 김치연구소를 만들더니 1997년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조선호텔이 뷔페 손님들 요청으로 2004년부터 포장김치를 팔았다. 처음에는 두 호텔 모두 호텔 내부나 일부 백화점에서만 김치를 팔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브랜드를 만들고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매일경제 기자평가단은 국내 특급호텔의 대표 김치 제품을 다양하게 비교·평가했다. 기준은 김치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주저 없이 떠올리는 배추김치다. 각자 익숙해진 김치 맛이 다른 데다 젓갈 맛, 묵힌 정도에 대한 취향도 달랐지만, 평가 결과는 '초박빙 승부'로 요약 가능했다. 평균 평점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고작 '0.13점'에 불과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평점 1위는 특급호텔 김치 중 가장 후발 주자인 롯데호텔 '배추김치'가 차지했다. 롯데호텔 배추김치는 가장 오래된 호텔 한식 레스토랑 '무궁화'의 요리법을 현대인 입맛에 맞게 변형한 제품이다. 업체는 고품질의 신안 천일염, 롯데호텔 전용 전남 영광산 매실 진액과 바다 위에서 급동결한 생새우 등으로 만든 양념을 강조했다.

해당 제품에 최고점을 준 안병준·박창영 기자는 공통적으로 양념의 훌륭함을 지목했다. 안 기자는 "양념이 가장 풍부하고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강한 양념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입에 가장 잘 맞았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원재료를 보니 매실 진액과 토마토가 들어가 있는데, 이 두 재료 때문인지 다른 제품에 비해 유독 빨간색이 두드러져 식욕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박 기자는 "양념이 진해서 향이 강하게 올라와 익힌 다음 김치찌개, 김치전으로 만들어도 맛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지적도 함께 남겼다. 박 기자는 "비교적 양념이 강하지 않은 서울·경기 김치를 선호하는 사람에겐 다소 짜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4.5점을 부여한 김효혜 기자도 "양념이 많이 들어가서 사람에 따라 좀 짜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젓갈 맛이 나는 게 싫은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홍주 기자는 진한 맛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짭짤한데 약간 단맛이 섞여 있어 김치의 진한 맛을 원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을 것 같다"면서 "적당히 칼칼한 맛도 갖춰 좋았다"고 밝혔다.

그다음으론 워커힐호텔의 '수펙스(SUPEX) 김치'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펙스 김치는 조선 후기 서울·경기에서 전래돼온 맛을 재현해 아삭한 식감과 과하게 맵지 않은 맛을 표방한다. 호텔 내 자체 김치 연구개발(R&D) 센터인 워커힐 수펙스 김치 연구소에서 호텔 셰프들이 관리하는 레시피, 공정 등을 토대로 사계절 같은 품질로 만들어진다.

해당 제품에 최고점을 준 박홍주 기자는 "비교군 중 시원한 맛이 가장 깊었고 매운맛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며 "색감도 선명해 보는 맛이 가장 좋았다"고 평했다. 특히 배추뿐만 아니라 함께 들어가 있는 무의 품질도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수펙스 김치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평을 받았다. 김 기자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라 무난했다"면서 "라면이나 비빔국수 등과 곁들여 먹을 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고, 김치전을 부쳐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안 기자도 "양념 양이 살짝 적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가장 담백한 편"이라고 전했다. 박창영 기자는 "아무 반찬 없이 김치 하나로만 식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저 없이 워커힐 김치를 고를 것"이라면서 "서울·경기식 한정식집에 가면 자주 나오는 김치 맛"이라고 평했다. 다만 수펙스 김치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누군가는 밋밋하거나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펙스 김치는 맛 외에 포장 방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비자 편의성도 상품의 중요한 요소임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 김 기자는 "적은 양이 팩에 들어가 있어서 캠핑하러 갈 때 휴대해 가져가기 딱 좋다"고 평했다. 박홍주 기자도 "소용량이 지퍼백 포장으로 나뉘어 있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면서 "김치는 용량이 너무 크면 감당이 안 되는데 수펙스 김치는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뜯어서 보관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선호텔의 '배추김치'는 중부식 김치 스타일을 표방한다. 업체는 국내산 까나리액젓, 황석어젓, 추젓 등 총 3가지 젓갈로 만들어 비린 맛을 줄였고 적절한 비율로 감칠맛을 극대화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젓갈 맛에 대한 평이 있었다. 안 기자는 "워커힐 김치보다는 좀 더 젓갈을 사용했고 담백한 맛이 난다"고 전했다. 박홍주 기자도 "워커힐 김치가 담백한 서울 김치라면 조선호텔 김치는 깊은 향이 느껴지는 전라도 김치 느낌"이라고 밝혔다.

조선호텔 배추김치에 최고점을 부여한 김 기자는 강점으로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꼽았다. 김 기자는 "간이 너무 세거나 맵지 않고 적당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며 "적당히 달고 시원하기에 어린이나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하다"고 평했다. 시원한 맛에 대한 칭찬은 이어졌다. 박창영 기자는 "젓갈 맛이 나는데도 비리지 않고 시원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국물의 부족함에 대한 지적은 있었다. 박창영 기자는 "김칫국물이 약간 부족해 김칫국물을 활용한 다른 요리를 만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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