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면한 상법개정…금감원장 "이사 충실의무 강화, 검토해야"
경영권 보호장치 전제로 상법개정 공론화해야
주주환원 미달하는 기업에 페널티 고려도 시사
불법 적발된 금투사, 공적연금 못받도록 조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상법 개정의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아울러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주주환원과 관련한 특정지표를 만들어서 지표에 미달하는 경우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검토 강조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기관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기업의 경영권 확보나 승계의 장치가 마련된다는 전제로 상법상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등이 검토되거나 공론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내에서 논의가 있을 때 개인적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은 상법 제382조를 가리킨다. 이 법에는 이사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작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이익은 빠져있어 정계와 학계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됐다. 실제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은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에서 "주주보호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사충실의무 강화 대신 기회유용방지 조항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페널티 대체재? "부실 상장사 퇴출 빨라져야"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검토 중인 구체적인 안건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복현 원장은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선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이 신뢰를 갖고 국내 자본시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강력한 권유와 유도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패시브 지표 등이 가계의 중장기적 금융자산 증식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투자 간접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특히 주주환원과 관련한 특정지표를 만들어서 지표에 미달하는 경우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거래소와 다양한 주제를 검토중"이라며 "좀더 전향적으로 본다면 예를들어 어떤 특정 지표를 만들어서 지표에 미달하거나 주주환원이 충분하지 못한 곳에 대해 여러가지 요구를 고려하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안에 우수기업을 위한 인센티브만 있고 정작 페널티는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일본의 경우 짧게는 3년, 아베노믹스가 진행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기업가치제고) 조치를 진행해왔다"며 "최근에 발표한 방향성 한 가지로만 (밸류업 프로그램 전체를) 평가하는 건 시기상조이고, 우리도 긴 호흡을 갖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투자자의 신뢰를 쌓기 위해선 금융투자회사들의 자체적으로 내부통제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해상충이나 고객이익 유용 등이 나타난 금융투자회사는 공적영역의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장기 투자를 하고 간접 투자를 하려면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가 돼야 한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연구원장들도 불공정 거래, 불완전 판매, 이해상충행위, 고객이익을 유용하는 행위에 대한 적절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는 금융투자회사는 검찰고발을 떠나서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공적 기금 영역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오는 5월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할 계획도 밝혔다. 이 원장은 "5월 중으로 미국 뉴욕 등 선진국에서 민관합동 IR을 계획을 하고 있다"며 "구체화된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해외 투자자에게 설명할 기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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