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시 재정비, 용적률·사업기간 단축이 다 아냐... 분담금 낮춰라"
정부가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에 적극 나서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공사비 인상 등 초과 분담금 발생으로 정비사업이 어렵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정부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리 인하, 공사비 분쟁 조정 관리감독 강화 등 조합원 분담금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은 28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정책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세미나는 오는 4월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특별법은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노후화된 1기 신도시 공동주택을 포함해 전국 노후 계획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개선하는 등 규제를 확 풀어주는 내용이 골자다.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확보되고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야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정부 정책만으로는 현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 대책은 용적률, 사업기간 단축만을 고려한 상품 설계"라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업성을 고려해 조합원 분담금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짚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도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가 지역 조합원들의 정비사업 추진 결정으로 이어지기 위해 노후계획도시에 건립될 공동주택에 대한 일반 분양 수요가 충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실은 분양 수요가 위축되고 건설 원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조합원들이 기존 사업 구조 아래서 확신을 갖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날 정비사업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먼저 건자재시장 정상화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자재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 시장 정기조사 등 체계적인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건설자재 수급 불균형 최소화를 위해 건설사의 착공 물량을 월 1회 확인한 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자재 물량과 공사비 예측은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방법을 활용하면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또 PF 금리 인하, 공사비 분쟁 조정을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령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6% 이하인 정비사업 PF 대출금리를 더 낮추거나 중견 건설사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 공제조합의 책임 준공 보증 조건을 회사채 BBB+에서 BB+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내놓은 미래도시펀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각종 부담금을 감면해줘야 한다는 제언도 등장했다. 김 실장은 "미래도시펀드 운용방안의 하나로 펀드를 조성한 뒤 조사측량비, 설계감리비 등 기타사업비나 기반시설설치비를 지원해 비용 부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도시펀드는 국토부가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해 1년차 1조6000억원 등 총 12조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외 공공기여율 축소, 공공기여방식 다양화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실장은 "현재 적용 예정인 안전진단 면제에 필요한 공공기여율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용적률 증가에 따라 추가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50층 이상 건축시 공사비는 가구당 40~50% 증가한다.
사업시행자의 일방적인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는 공공기여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예를 들어 사업시행자(조합 등)가 지자체 등 공공기여분 인수자와 공동으로 리츠를 설립한 뒤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현물출자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미래도시펀드를 통해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한편 이날 국토부도 특별법 주요 내용과 사업성 확보, 미래도시 펀드 조성, 공공기여금 유동화 등 정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병길 국토부 도시정비기획준비단장은 "향후 정책 실행과정에서도 정비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주민과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향후 주택 사업 관련 릴레이 정책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두 번째 세미나는 다음 달 12일 '신도시 광역교통망 신속 구축 및 광역 교통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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