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불이익 없다더니…이복현 "불량 상장사 퇴출" [금융당국 포커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불량 상장사를 증권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불이익)는 없다'는 방침과는 배치된 발언이다. 금감원이 상장사에 주주환원책과 성장동력 확보를 끌어내고자 압박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래 성장 못한 기업, 퇴출 고려...밸류업과 비슷한 듯 다른 얘기"
이 원장은 28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2024 금융산업 트렌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여러 안을 연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전향적으로 보면 주주환원 등 관련 특정 지표를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퇴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라는 것은 정부가 지난 26일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는 당시 "일본과 달리 페널티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이 원장은 "제가 말한 페널티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걸리는 페널티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어 "오랜 기간 별다른 성장을 못하거나, 재무지표가 나쁘거나 인수합병(M&A)의 수단이 되는 기업들을 계속 시장에 그냥 두는 게 맞는지 차원의 문제라 국면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어 기업들의 주주환원책이 다양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단기투자가 잦은 이유는 배당 시즌이 지나면 시세차익 외엔 추가적인 이득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1년에 한 번하는 배당보다는 다양한 분기 배당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방향성을 잡고 주주환원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상법 개정 필요성도 언급…정부 '밸류업' 2월 발표선 빠져
이날 이 원장이 기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내용과 '엇박'을 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상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등 상법 개정은 그간 주주 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로 거론돼왔다. 당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단 이달 발표에선 관련 내용이 없었다.
이 원장은 이날 "단순히 배당 등 사안을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국민과 가계의 자산축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권 확보나 경영권 승계 장치 관련 제도를 합리적이고 균형있게 마련하고, 이를 전제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상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성실의무 도입 등이 종합적으로 같이 검토돼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는 오는 5월까지 산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밸류업 지원방안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이날 "내 의견이 기획재정부 등의 단기 정책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단순히 오는 5~6월(기업가치 제고 정책 고민이) 끝나는 게 아니라 중장기 논의가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밸류업, 윤 정부 인수위 때부터 고민했다"
이 원장은 이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오랫동안 고민한 사안이라고 콕 집어 언급했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의 핵심 중 핵심 측근으로 거론되는 만큼, 이날 이 원장의 발언 내용 중 여럿이 정부의 중장기 구상안과 맞닿아 있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원장은 "밸류업 사안은 단순히 몇달 사이 문제 의식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고민한 사안"이라며 "최근 발표한 방향성 하나만으로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일본도 짧게보면 3년, 길게보면 10년 이상 여러 가지 정책을 한꺼번에 진행했다”며 "우리 정부는 3년동안 꾸준히 자본시장 붐업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장기·간접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금융규제 합리화 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증권사에게 종합금융투자사를 허용한 것처럼, 자산운용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나 요소에 대해서도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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