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독점한 처방·치료 권한, 전문간호사에 분산시키자

한겨레 2024. 2. 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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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들렀다.

이렇게 배출한 전문간호사들은 △여러 급성·만성 문제 진단·치료 △검사 결과와 엑스레이 해석 △약물·치료 처방 및 관리 △필요시 다른 의료 전문가에게 환자 의뢰 등을 의사의 감독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취·감염관리·응급·노인·중환자·종양·임상·아동 분야 전문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처방이나 치료 권한이 없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전문간호사의 역할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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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이탈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다영ㅣ포항시의원

시장에 들렀다. 과일을 정말 좋아해서 설날 전후로 올랐던 사과, 귤 값이 좀 내려갔을까 하는 기대로 갔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 예전처럼 과일을 편한 마음으로 먹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사과, 귤을 대체할 만한 것도 없어 곤란한 상황이다. 이렇게 한 가지 물건을 대체할 만한 다른 물건을 ‘대체템’(대체+아이템)이라 부르며, 여러 영역에서 대체템을 찾는 모습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체템은 소비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의대 증원 반대로 많은 전공의가 집단 사직하며 의료공백이 생겼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의사의 권한을 대체할만한 대체재는 없다.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과 지도 감독 없이는 치료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전공의가 진찰, 검사, 수술, 처치, 당직 등 치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선 의료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료보조(PA)간호사들이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처방권이 의사에게 독점된 상황에서 그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의사들이 처방을 내지 않고 현장을 떠나버린 상황에서 처방권이 없는 간호사는 환자에게 진통제 하나, 검사 하나 할 수 없으며,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약물 투약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업무를 대체하는 간호사들이 대리 처방과 대리 기록은 물론이고 치료와 처치, 검사와 수술 봉합 등 불법 진료에 내몰리고 있다. 업무량 역시 급격히 증가해 환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을 계기로 의사 부재 시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을 만한 직역이 필요함을 느낀다. 필자는 미국과 같이 전문간호사 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떨까 한다. 미국은 1960년 의사 수 부족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전문간호사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미국에서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간호면허 취득 뒤 석사나 인증받은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등에서 2~2.5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배출한 전문간호사들은 △여러 급성·만성 문제 진단·치료 △검사 결과와 엑스레이 해석 △약물·치료 처방 및 관리 △필요시 다른 의료 전문가에게 환자 의뢰 등을 의사의 감독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마다 간호법을 두고 법적으로 그들의 업무를 보호한다. 이렇게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의료 접근성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취·감염관리·응급·노인·중환자·종양·임상·아동 분야 전문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처방이나 치료 권한이 없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전문간호사의 역할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 직역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 시스템에서 그들의 역할을 합법적으로 대신할 만한 다른 직역은 없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근무지 이탈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이 돌봐야 할 환자들이 받고 있다. 한 직역의 일방적 결정과 행동에 국민의 생명권과 국민보건이 위협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의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국민의 생명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시작이 제대로 된 간호법 제정과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법률 개정, 전문간호사의 독립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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