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천장고에 동굴형 평면은 옛말"…리모델링 아파트 직접 가보니 [현장+]

이송렬 입력 2024. 2. 28. 15:15 수정 2024. 2. 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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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 트리에' 현장 취재
개포우성9단지 리모델링 통해 2021년 입주
2.3m 천장고·동굴형 완화…"안전성·완성도 잡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 트리에'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리모델링 아파트를 두고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얘기들이 있다. "아파트 평면도를 살펴보니 긴 동굴형이라 영 아니다", "천장 높이가 너무 낮아서 답답해 보이는데, 살 수 있는 것이냐", "분담금이 너무 과하다. 차라리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하는 게 나을 뻔했다" 등이다. 최근 완공된 리모델링 아파트들도 그럴까.

28일 오전 11시.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 트리에'. 리모델링을 한 단지라고 부연 설명이 없었다면 일반 아파트와 다름이 없었다. 대단지는 아니었지만 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외관과 조경, 커뮤니티시설도 대체로 잘 갖추고 있었다.

이 단지는 1991년 지어진 개포우성9차(232가구)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가구를 추가하지 않고 1대 1 비율로 사업을 진행했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손을 거쳐 2021년 12월 다시 태어났다. 기존 1층은 필로티를 적용하고 지상 2층부터 16층까지 가구를 늘렸다. 개포우성9단지는 리모델링 전 용적률이 249.33%였다. 인근에 있던 개포우성3차(용적률 179%)와 경남아파트(174%)에 비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정비사업 대신 리모델링을 택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 트리에' 내부에서 사진을 찍어봤다 사진=이송렬 기자

외관은 물론 내부도 요즘 나온 신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정말 천장 높이가 낮아 답답할까?'라는 생각하며 들어간 내부는 최근 지어지는 신축(천장고 2.4~2.5m)보다는 낮았지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방과 거실에 모두 우물천장을 적용해 기존 천장 높이보다 10cm 높인 2.3m의 천장을 구현했다. 천장 아래 서 있는 기자(키 180cm) 사진을 봐도 일반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리모델링 단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측에서 얘기하는 '동굴형 평면'도 예상보다는 심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기존 평면의 거실에다 거실 뒤쪽에 있던 엘리베이터 공간까지 확장하면서 개방감을 주는 식으로 동굴형 평면의 느낌을 지우려 노력했다.

권순기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 리모델링영업실 부장은 "리모델링 아파트를 두고 나오는 단골 멘트가 '낮은 천장고'와 '동굴형 평면"이라면서 "모든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나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새로 올리는 신축과는 비교하긴 어렵다. 기존의 틀에서 답답해 보이지 않게끔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 트리에' 주차장 모습 사진=이송렬 기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커뮤니티시설 역시 잘 갖춰져 있다. 필로티로 바뀐 1층에 관리사무소, 노인정, 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등이 들어서면서 단지 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축이면 대체로 갖추고 있다는 세대 창고도 있다.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돼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설명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난도 해소했다. 기존 가구당 0.52대에 불과했던 주차대수는 가구당 1.31대로 대폭 늘렸다. 개포우성9단지일 때는 지하 주차장 없이 122대만 지상에 주차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305대로 2배 이상 늘었고, 주차장에서 2개 동을 오갈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배관, 소방시설 등도 전면 교체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개포더샵트리에는 리모델링 단지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단지"라고 설명했다.

 소외당하는 리모델링 단지

리모델링 단지들은 최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주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지만 리모델링 단지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올해 초 발표된 1·10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은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됐다. 선도지구 지정, 용적률 상향 등 혜택도 뒤따른다. 재건축을 진행하는 단지들은 이전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 단지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먼저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와 이에 따른 최고 1개 층 상향에 대한 판단을 기존 수평 증축에서 수직 증축으로 바꾸기로 하면서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으로도 가능하지만,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재건축 단지 등에 비해 일반 분양 물량이 적은 리모델링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다.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 트리에' 거실 모습 사진=이송렬 기자


이러한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관련 대통령 공약 이행 촉구 및 대통령 면담 요청 건의’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서 서리협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과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의 민간 참여 확대, 리모델링 수직·수평증축 기준 정비라는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면서도 “취임하신 지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에도 공약이 이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좀처럼 접할 수 없어 협의회의 구성원들을 비롯한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국토부는 "리모델링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추가 개선 과제도 지속해서 발굴·개선할 계획"이라며 " 다만 안전 문제와 직결된 사항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즉시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서리협은 국토부의 이런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리모델링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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