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올림픽’ 타깃 변경 축구협회, 근본적인 문제 인식 부족 재차 드러나

허윤수 2024. 2. 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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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3월 A매치를 이끌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황 감독은 기존에 지휘하던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동시에 맡는다.

황 감독이 겸직하게 되면서 파리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U-23 대표팀엔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U-23 대표팀은 황 감독 없이 기존 코치진이 팀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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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 3월 A매치 이끌 임시 사령탑 선임
올림픽 진출권 걸린 아시안컵 준비 중인 U-23 대표팀 타격 불가피
3월 말 친선 대회도 감독 없이 나서야
축구협회 전력강화위, 무리한 선임 비판 피할 수 없어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3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3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3월 A매치를 이끌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A대표팀 사령탑 공백은 메웠으나 협회 선택을 향한 불신은 더 깊어졌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7일 3차 회의를 열어 황 감독에게 내달 21일과 26일 열릴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기존에 지휘하던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동시에 맡는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황 감독 선임 배경에 “협회 소속 지도자이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최근 성과도 보여줬다”라며 “국제 대회 경험, 아시아 축구 이해도를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이 겸직하게 되면서 파리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U-23 대표팀엔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U-23 대표팀은 오는 4월 카타르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나선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에 직행할 수 있다. 4위를 하면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소속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이나 파리로 가는 길이 쉬운 건 아니다. 이번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속하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2022년 치러진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완패하며 8강에서 짐을 쌌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홍현석(헨트) 등을 소집했으나 일본을 넘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2022년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에 완패한 뒤 고개 숙인 이강인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만큼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자 했다. U-23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열리는 친선 대회에 참가한다. 그러나 황 감독은 함께 하지 못한다. 같은 기간 U-23 대표팀이 아닌 A대표팀의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을 준비한다. U-23 대표팀은 황 감독 없이 기존 코치진이 팀을 이끈다.

대상만 달라졌지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다. 앞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1일 1차 회의 후 ‘국내파+정식 감독 체제’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K리그 현직 사령탑도 후보군에 두겠다고 말하며 논란을 키웠다. K리그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사령탑을 뺏길 위기에 놓인 구단과 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전력강화위원회는 방향을 바꿨다. 정 위원장은 “전체적인 국민, 팬들의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라면서 “K리그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임시 감독으로 정하게 됐다”라며 여론을 의식했다고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7일 오후 제3차 회의를 열어 3월 A매치 기간 대표팀을 지휘할 임시 사령탑으로 황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황 감독 없이 치러야 할 U-23 대표팀의 사우디 친선 대회에 대해선 “마지막 경기력 점검 차원에서 참가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지금 양쪽을 다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황 감독에게 제의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K리그에서 U-23 대표팀으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협회는 여전히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올림픽을 월드컵 2차 예선보다 뒷전으로 판단했다. U-23 대표팀은 수장 없이 최종 담금질에 나서게 됐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덤이다. 불상사가 발생하면 피해는 오롯이 대회를 준비한 코치진과 선수단 그리고 응원한 팬들이 받는다.

정 위원장은 황 감독의 겸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가 책임진다고 해서 파리행 기회가 다시 주어지고 올림픽을 향해 달려온 이들의 아픔이 치유되는지 의문이다. U-23 대표팀이 올림픽 진출권을 따고 돌아오더라도 자화자찬이 아닌 다시 곱씹어봐야 할 결정이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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