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우크라 파병론’에 독일 “이미 파병 안 한다고 합의” 반발

신기섭 기자 2024. 2. 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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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리투아니아 파병 의견에 미국·유럽 주요 국가들 반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대 파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한 이후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파병 가능성을 부정하고 나섰다. 특히 독일이 파병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파병론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관련한 유럽의 분열과 논란을 촉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 회의 뒤 우크라이나 파병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즉각 파병 불가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숄츠 총리는 27일 “유럽 국가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군인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처음부터 합의됐고 이는 미래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유럽 국가 내에 주둔한 군인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미 합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꺼리는 것도 전쟁 개입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전날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타우러스 미사일의 목표물 통제를 위해서는 독일군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독일군이 자국에서 미사일 운용을 지원하는 것조차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은 파병이 아니라 추가 무기 지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은 기쁘다”면서 “조언을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무기를 보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스웨덴 등도 파병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파견된 소수의 군인 외에 대규모 군 배치 계획이 없다”고 말했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을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방 국가들이 군대를 파견할 경우 “(직접 충돌의) 가능성이 아니라 불가피성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서방) 국가들은 이것이 자국의 이익, 자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염두에 둔 것은 비전투요원 파병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그의 발언이 지뢰 제거, 현지 무기 생산, 사이버전쟁 대응 등 특정 임무를 맡는 군대 파견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전투의 문턱을 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대를) 배치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도 비전투 요원의 파병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며 프랑스를 거들었다. 가브리엘 란츠베르기스 외교장관은 자국은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지원할 군대 파견 여부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독창적인 생각을 할 정치 지도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제 파리 회의에서 제기된 것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국방 관련 고위 당국자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며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특수 부대가 있다는 건 모두가 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조율되지 않은 파병설 제기가 유럽연합 내 갈등과 분열만 재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 통신에 그의 발언은 “신뢰성을 훼손하면서 동맹군 사이에 불협화음”을 유발했다고 지적했고, 서방의 한 당국자도 “(나토 회원국 사이에) 혼란을 촉발하고 소동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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