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말 들었다' KFA의 몽규 아닌 몽니, K리그 감독 차출 욕하니 올림픽 대표팀 감독 뽑았다

이인환 2024. 2. 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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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몽니란 말이 있다. 음흉하고 심술궃게 욕심 부리는 성질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지금 한국축구협회(KFA)의 행보에 어울리는 단어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7일 제3차 회의를 열어 3월 A매치 기간 대표팀을 지휘할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18∼26일) 열리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21, 26일) 2연전에서 태극전사들을 조련한다.

황 감독으로서는 잠시 '투잡'을 뛰는 셈이다. 황 감독은 4월 중순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치러야 한다. 

한국은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속해 조 2위까지 올라가는 8강 토너먼트 진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곧바로 따내고 4위를 하면 아프리카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1차 회의 후 브리핑 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당장 정식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식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등 K리그 현직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KFA는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결국 백지 상태에서 열린 2차 회의에 이어 갑작스럽게 3차 회의서 감독을 선임했다. 앞서 비공개 및 브리핑이 없었던 2차 강화위에서는 임시 감독 체재 및 감독 후보군 조성 등의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3차 강화위에서 갑작스럽게 황선홍 감독의 선임이 결정된 것.

너무나 갑작스러운 결정이기에 강화위 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는 "2차 강화위에서 감독 후보군 조성을 논의했다"라면서 "3차 강화위에서 최종 후보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화의 시작 전 정해성 위원장이 첫 번째 후보에게 감독 선임을 알렸고 수락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황선홍 감독의 기습 임시 사령탑 선임은 KFA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보여준 행보의 연장선에 가깝다. 파울루 벤투 감독 경질 이후 프로세스를 통한 차출을 외치면서 뒤로는 높으신 분과 절친한 사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따로 접촉해서 진행했던 식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무시한 무차별적인 진행은 아시안컵 참패와 대표팀 분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등 한국 축구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KFA와 수장은 여론과 프로세스를 모두 무시한 채 일방적인 갈지자 행보를 이어왔다.

정상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실패라면 모두의 실패라 인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누가 봐도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폭주는 잘못된 프로세스 - 방향성과 일관성이 거세된 KFA, 그리고 이러한 파탄을 저지른 수장의 잘못이 크다.

그럼에도 수장은 아시안컵 이후 잠적하다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모습을 보이고 나서 다시 사라졌다. 한국 축구의 위기 상황에서 수장이 사실상 모습을 감춘 것이다. 거기에 사태 수습마저 엉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여론이나 정확한 프로세스를 무시한 채 달려나가던 상황서 대표팀의 아시안컵 참패가 터졌던 상황에서도 KFA의 선택은 일단 클린스만 유임이었다. 그러다가 대표팀 라커룸 이슈 등이 터지자 뒤늦게 면피성 경질을 택했다. 

이후 정식 감독에서도 강제로 K리그 감독을 차출하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반발 여론이 심각하자 다시 임시 감독 선임으로 선회했다. 심지어 이것도 갑작스럽게 기존 일정 대신 위원들의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방 통보식으로 진행됐다.

기본적으로 임시 감독 개인에 대한 비난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서 임시로 지휘봉을 잡는 부담되는 조건이기에 오히려 대표팀 위기를 막기 위해 올림픽 대표팀을 방치하게 만든 멍청한 결정을 내린 집단을 욕했다.

황선홍 감독의 올림픽 대신 A대표팀 차출에서 보여진 KFA의 막무가내 행정은 그대로였다. 클린스만 선임에도 A매치 부진에도 아시안컵 패퇴에도 라커룸 이슈에도 K리그 감독 강제 차출에도 제대로 된 대처 없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몽규 회장의 KFA. 이들의 몽니가 계속 한국 축구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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