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시위·모나리자 봉변…유럽 농민 분노, 왜? [뉴스in뉴스]

박현진 2024. 2. 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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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유럽 곳곳에서 농민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본부 앞과 프랑스 파리 도심, 주요 고속도로와 항구가 성난 농민들이 몰고 나온 트랙터때문에 봉쇄되기도 했는데요.

무엇이 이처럼 유럽 농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박현진 해설위원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중순이었죠.

프랑스에서 시작된 유럽 농민 시위가 점점 더 격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어디였습니까?

[기자]

네, 지난 26일에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EU 본부 앞이었는데요.

농업 장관 회의가 열리는 때에 맞춰 농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트랙터 9백 대를 몰고 왔는데요.

회의장 주변 도로에 타이어와 건초 더미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는데, 경찰이 물대포로 맞대응하면서 주변이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보다 사흘 전에는 프랑스 트랙터 시위대가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파리 도심에 모였었고요.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의 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농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 모나리자가 수프 테러를 당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이것도 농민 시위와 관련이 있었죠?

[기자]

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봉변을 당했었는데요.

지난달 말엔, 여성 활동가 2명이 모나리자에 수프를 끼얹었습니다.

다행히 그림은 유리로 덮여 있어서 손상을 입진 않았는데요.

이들은 프랑스 정부의 농업 정책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환경 운동가 :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예술입니까? 아니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을 누릴 권리입니까? 우리 농업 시스템은 병들었습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한 비난과는 별개로 유럽 농민 시위에 대한 관심은 이로 인해 더 높아졌습니다.

[앵커]

한두 나라도 아니고, 많은 유럽 국가 농민들이 한꺼번에 분노한 이유, 뭔가요?

[기자]

네, 유럽연합 나라마다 이유가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공통적인 배경엔 먼저, 강력한 환경 규제 정책에 대한 반발이 있습니다.

유럽연합 농민들은 이른바 '자연복원법'에 따라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받도록 돼 있는데요.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오는 2030년까지 농지를 10% 줄이고요.

살충제 사용량도 50% 줄여야 합니다.

이런 환경 규제 기준을 맞추다 보면 유럽연합산 농산물,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다 몇몇 나라에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농업용 경유에 대한 면세 조치를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한 게 농민들을 폭발하게 만들었습니다.

[앵커]

유럽이 워낙 환경 규제를 선도적으로 강력하게 하는 곳이다 보니 그렇군요.

여기에 또, 농산물 수입 문제도 있다고요?

[기자]

네, 지금 전쟁 중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원래 엄청난 규모의 곡창 지대로 유명하죠.

이 우크라이나를 포함해서 현재 유럽연합 국가가 아닌 유럽 다른 나라들로부터 값싼 수입 농산물을 들여오다보니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불만도 큽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또 남미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이게 체결돼서 남미산 값싼 농산물까지 들어오게 되면 불공정 경쟁, 더 심화될 거라는 불안이 유럽 농민들을 이렇게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 목소리, 들어보시죠.

[마우로 비앙코/농민 : "다른 나라(유럽 외 국가)의 생산물 품질도 중요합니다만, 우리 유럽 생산물과 비교했을 때 (규제 기준 등이) 공정해야 합니다."]

[티에리 제임스 파케/농민 :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식량 주권을 법에 명시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입니다."]

[앵커]

그래서 프랑스 같은 경우, 몇 차례 농민 지원책이 나오기도 했죠?

[기자]

네, 프랑스는 유럽 최대 농업국인데요.

지난달 대규모 농민 시위가 시작된 이후로 정부가 모두 3차례 농민 지원 대책을 내놨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요.

앞서 발표했던 농업용 경유에 대한 면세 중단 방침을 취소했고요.

살충제 사용 규제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또 유통업체 간 가격 경쟁 때문에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법도 더 강화했고요.

축산농가 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농민들을 만족시키진 못해서요.

마크롱 대통령, 지난 24일 파리에서 열린 농업박람회장에서 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요.

즉석에서 농민 수십 명과 2시간 동안 예정에 없던 '스탠딩' 공개 토론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유럽연합도 농민 반발에 친환경 농업 정책을 일부 철회했다고요?

[기자]

네, 오는 2040년까지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 계획이란 게 있는데요.

여기에서 농업 분야 조치들을 대거 제외했고요.

특히 농업용 살충제 사용을 줄이는 법안도 폐기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환경단체들이 반발했는데요.

유럽연합이 농민들에게 백기를 들면서 생태계 복원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거다, 역사적인 후퇴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농업과 환경,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대책이 있을까요.

[기자]

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1 정도가 농업에서 나오거든요.

유럽이 주도하는 기후 변화 대응, 환경 규제에서 농업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윱니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세계화 바람 역시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고요.

하지만 또 한편으론, 프랑스 국민 90% 가까이가 농민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과도한 환경 우선주의가 농업 현실을 무시해서도 안되고요.

이와 관련해,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농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생계에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을 촉진하는 길을 찾아 투자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국가가 가야할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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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laseu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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