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완치는 없다, 완화만 있을 뿐

한겨레21 2024. 2. 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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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서도 아이는 자라요]부작용 감수하고 약물치료, 전기경련치료 받았지만… 아이의 자존감, 주변 사람들의 존중·지지 수용하는 감각이 가장 중요한 ‘치료제’
일러스트레이션 이지안

조현병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일까? 그렇다. 조현병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일까? 아니다. 완치란 없다. 완화만 있을 뿐이다.

현대의학에서 조현병 치료의 기본은 약물이다. 과거에는 조현병 치료를 위해 피를 뽑고 새 피를 수혈해 뇌의 열을 식혀야 한다고도 했고, 전두엽 절제술로 조현병을 치료해보겠다고 두뇌를 열고 외과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오랫동안 불치병으로 인식됐던 조현병은 신약 개발로 치료 가능한 병이 됐다. 항정신병약물(Antipsychotics)을 복용한 조현병 환자 중 70%가 개선된다.

‘마지막 약’ 클로자핀 투약에 동의하다

나무가 첫 입원을 했을 때 주치료제는 리스페리돈과 자이프렉사였고, 보조치료제는 리보트릴이었다. 자이프렉사 다음으로 리스페리돈과 아빌리파이를 혼용했고, 그다음에는 신약 개발 임상실험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약들은 나무의 불안과 의심, 환청과 망상을 줄여주지 못했다.

의료진은 조현병 치료제 가운데 ‘마지막 약’으로 불리는 클로자핀을 제안했다. 1995년 국내 판매가 시작된 클로자핀은 치료저항성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물이다. 클로자핀은 효과가 가장 높은 치료제이지만, 1천 명 중 8명의 백혈구 수치를 감소시키는 치명적 부작용이 있고 실제 사망 사례가 있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약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클로자핀 투약에 동의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클로자핀을 조금씩 증량하면서 백혈구 수치를 모니터링했다. 다행히 백혈구 수치는 정상 범위에 있었다. 약을 계속 늘렸다. 600㎎까지. 투약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의료진은 최대 용량을 투약해 증상을 잡은 다음, 약을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클로자핀은 효과가 있었다. 환청과 망상이 줄었고, 등교해서 책상에 조금씩 앉아 있게 됐다. 부작용도 있었다. 진정작용으로 인한 야뇨증이 생겼다. 그리고 거의 모든 조현병 치료제가 그런 것처럼 입이 마르는 구갈증, 소근육 운동 장애와 함께 침을 흘리고, 발을 끌면서 걷고, 12시간 동안 잠자고, 식욕과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약물치료로 어느 정도 증상이 잡히고 난 뒤에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했다. 그리고 보조치료법으로 전기경련치료(ECT·Electroconvulsive Treatment)도 받았다. 자의적인 단약으로 인한 재발 상황이었다. 전기경련치료는 난치성 조현병, 중증 우울증·조울증 환자나 임산부 등 약물복용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법이다. 전신마취를 하고 1분 동안 환자 머리에 전기를 흘려 인위적인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치료법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변화를 주는데 12~20번은 해야 효과가 있다.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이 있으나 어쩌겠는가, 좋아진다는데.

나무는 재발한 2015년에 12번, 재발 뒤 다시 클로자핀을 증량하고도 증상이 잡히지 않은 2017년에 16번의 전기경련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재발 뒤 갑자기 생긴 틱 증상이 없어졌고 조현병 증상도 완화됐다.

전기경련치료로 증상 완화하기도

이런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현병은 암이나 기타 질병과는 다르다. 조직을 도려내고, 암세포 종류에 따라 항암제를 사용하는 프로토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소통해 환자 증상을 파악하고, 약물치료 반응을 관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약물을 조절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의료진을 만나는 것은 조현병 치료에서 특히 중요하다.

게다가 조현병은 그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다. 조현병은 단일한 질병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다. 증상 정도도 각자 다르고, 환청이나 망상의 내용도 다르고, 환자가 반응하는 지점도 제각각이다. 약물에 대한 반응도 그렇다. 어떤 환자는 한두 알의 약으로 호전되고, 재발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환자는 주치료제와 보조치료제까지 하루에 10여 알을 먹고도 혈중 농도를 유지하지 못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재발도 거듭된다. 조현병 치료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환자를 지지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면서, 환자의 일상이 유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인삼각 경기를 뛰는 것이 조현병 치료다.

원인을 알면 치료가 용이할 텐데, 도대체 조현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뇌의 기능은 약 1천억 개의 뉴런과 그보다 10배 많은 1조 개의 신경교세포가 수행하는데, 이 뉴런과 신경교세포의 교란으로 생기는 병이 조현병이다. 뇌는 미지의 영역이다. 닿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다른 신체 부위에 견줘 의학 연구가 뒤처져 있다. 명확한 점은 조현병이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라는 것이다. 귀신 들린 것은 더더구나 아니고. 심리적 어려움은 조현병의 촉발 요인이지 원인이 아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조현병이 발병하지 않고, 안정적 환경에 있으면 발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조현병은 기질적으로 취약한 뇌가 스트레스 상황을 만나 발병하며, 100명 중 한 명은 인생에서 만나는 질환이다.

아프기 전 자기 모습을 기억하는 아이

“당뇨병 걸리면 당뇨약 먹는 것처럼, 고혈압이면 혈압약 먹는 것처럼 그렇게 조현병 약도 평생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의사는 말했다. 조현병 환자의 30%는 완화되고, 30%는 입퇴원을 반복하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30%는 예후가 좋지 않은 만성질환자가 된다.

우리 목표는 ‘완화’였다. 하루하루가 칼끝 위에 있어도, 경제적으로 허덕여도, 나무의 원래 모습을 꼭 찾아주고 싶었다. 나무는 자신을 사랑했고, 아프기 전의 자기 모습을 기억했다. 나무를 치료하는 데 ‘자존감’이 그 어떤 치료제보다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의 존중과 지지를 수용하는 감각이 증상을 완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치료제였는지도.

윤서 여성학 박사

*정신병동에서도 아이는 자라요: 16년째 조현병과 동거하는 28살 청년 ‘나무씨’(가명) 이야기를 어머니 윤서(필명)가 기록한 글. 조현병을 앓는 나무씨의 시점에서 이지안이 그림을 그립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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