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펀드 조성한 유럽 대표 PEF "IPO 시장 부활 조짐"
창립 이래 최대…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
유럽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 펀드를 조성했다.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는 징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EQT는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의 10차 플래그십(대표) 펀드 EQT X의 약정 금액이 220억유로(약 32조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초기 목표액 200억유로를 넘어서는 결과로, 조달액은 1994년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2021년 4월 마감된 9차 펀드 조성액(156억유로)과 비교하면 40% 많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모 시장 데이터 추적 회사인 프레킨은 유럽 전체 PEF 중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라고 추정했다.
EQT가 이런 성과를 내는 데는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EQT가 2022년 초 펀드 결성에 착수한 뒤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사이클을 밟기 시작하면서 신규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대폭 악화한 탓이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자 EQT는 개인투자자들을 공략했다. 전체 투자금의 10%가 부유한 개인들에게서 나왔다. 수잔 도노회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지난 18개월 또는 그보다 긴 시간 동안 자금 조달 환경이 열악해졌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EQT는 탄탄한 스토리와 장기 투자 성과, 훌륭한 유동성 공급자(LP)들에 의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관 중에서도 미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뉴욕시 교사퇴직기금 등이 펀드 조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연내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내면서 투자 환경은 한층 개선되고 있는 모양새다. EQT의 PEF 부문 책임자인 페르 프랑젠은 펀드 클로징 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모 시장에서의 거래 활동이 회복될 전망”이라며 “지난 2년간 시장을 방관하던 플레이어들이 실적이 가장 좋은 기업들을 매물로 내놓거나 새로운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수익 창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VC캐피털, 와버그핀커스 등 여러 EQT의 경쟁사들이 지난해 기록적인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프랑젠 책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IPO 시장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명한 징조가 있다”며 “우호적 환경이 지속해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EQT도 (피투자사의) 상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QT는 그간 북미·유럽 지역에서 의료·기술·서비스 부문 중대형 기업 위주로 공격적인 투자를 벌였다. 2022년 6월 스웨덴 의료 화물 회사 인바이로테이너(Environainer)를 인수한 이후 첨단 고분자 재료를 개발하는 제우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빌트러스트,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크라제약 등 7개 기업에 자금을 넣었다. 45억파운드(약 7조6000억원)짜리 데크라제약 인수는 작년 영국에서 이뤄진 차입 매수(피투자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투자 기법) 중 최대 규모였다. EQT X에 모인 자금 중 30~35%가 데크라제약 인수 자금 등으로 이미 재투자된 상태다.
EQT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2320억유로(약 335조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새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미 부동산 투자사 엑서터프로퍼티그룹을 인수하는 등 2019년 상장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자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들어서도 프랑스의 디지털 음악 서비스 빌리브(Believe) 인수를 제안하며 CVC캐피털(운용자산 1880억유로), 아르디안(1600억달러) 등 동종 기업과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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