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준지 감독 “日영화계에 분뇨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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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없었어요. 평소 일본 영화계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한방 먹이고 싶었어요. 분뇨라도 던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신작 '오키쿠와 세계'를 들고 내한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26일 서울 동작구의 한 극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분뇨를 작품의 주요 오브제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사카모토 감독이 일본 영화계에 분뇨를 던지고 싶다고 언급한 이유에 대해 일본 영화계의 태도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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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쿠와 세계’ 분뇨 오브제로 사용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이야기 담아
사전투자 난항 끝에 역순촬영 완성
“분뇨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없었어요. 평소 일본 영화계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한방 먹이고 싶었어요. 분뇨라도 던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신작 ‘오키쿠와 세계’를 들고 내한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26일 서울 동작구의 한 극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분뇨를 작품의 주요 오브제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21일 개봉한 ‘오키쿠와 세계’는 19세기 에도시대 당시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마키 쿠로도 분)와 인분을 사고파는 분뇨업자 야스케(이케마츠 소스케 분)와 츄지(칸이치로 분)의 사랑과 청춘을 경쾌하게 담은 시대극이다.
일본 뉴웨이브의 거장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30번째 작품이자 최초의 오리지널 각본으로 완성된 첫 흑백 시대극이다. 사카모토 감독은 1973년 도쿄에서 납치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을 다룬 ‘KT’(2002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감독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괴물’과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을 제치고 제97회 키네마준보 일본 영화 베스트 순위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는 끊임없이 분뇨를 퍼다 나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쇄국 정책의 영향으로 모든 것을 재활용하며 살아야 했던 에도시대의 실제 시대상을 반영한다. 영화는 이런 순환경제사회에 초점을 두고 분뇨업자의 핵심적인 역할을 조명하는 한편, 그들이 겪었던 차별과 빈곤의 문제까지 짚는다.
“현대극이나 사극을 막론하고 제가 늘 의식하는 것은 낮은 곳에서 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최약층 인물을 다루게 되죠. 이번엔 분뇨를 다루는 사람을 통해 기피하고 더럽게 여기는 곳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싶어 이번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사카모토 감독이 일본 영화계에 분뇨를 던지고 싶다고 언급한 이유에 대해 일본 영화계의 태도를 꼬집었다. 다양성에 도전하기 보단 리스크를 피하려는 태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행복하게도 30편째 영화를 찍었지만 요즘 젊은 영화인은 한 편이 잘 안되면 그 다음 영화를 찍기 어려워요. 육성하고 키운다는 마음으로 감독들을 지켜봐야 하는데 감독들이 일회용처럼 쓰다가 버려지는 것이죠. 일본 영화계에선 지나치게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메이저 영화사는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는 의욕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여러 막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이는 사전 투자를 충분히 받지 못해 생긴 상황이다. 사카모토 감독은 3~4년 전에 만든 15분 짜리 파일럿 단편극 두 편을 가지고 투자사를 찾아다녔으나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나중에 겨우 투자를 받았고, 그 덕에 장편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 만든 두 단편극은 영화의 일부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중 하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때문에 장편을 제작할 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제작해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고생했지만 신선하기도 했어요. 새로운 도전으로 느껴졌죠. 상당히 변칙적인 영화 제작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연 배우들은 엔딩부터 찍었기 때문에 엔딩으로 갈수록 3살 어려집니다.”
‘오키쿠와 세계’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세계는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에 대해 사카모토 감독은 “이름 없는 사람도 세계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의미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활약한 사람이 기억되는 만큼 이름 없는 사람도 이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어요.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나 팔렌스타인 가자지구에 일어나는 일이 우리와 전혀 상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땅으로 이어지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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