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공익성 회복 ② [더 나은 경제, SDGs]

김수연 2024. 2. 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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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17일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1년 11월 국내 은행 최초로 ‘AI(인공지능) 행원’을 채용했던 NH농협은행이 이달 들어 전국 1103개 모든 영업점에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전국 109개 영업점에 AI 행원을 배치했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AI 금융 서비스를 각각 출시하며 막바지 구축작업에 한창이다.

AI 서비스를 확대·강화하며, 비대면 서비스를 늘려나가면서 은행 지점과 출장소는 더욱 줄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중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점포 수는 2022년 3분기 말 4010곳에서, 지난해 3분기 말에는 3927곳으로 크게 줄었다.

국민은행은 854곳에서 794곳으로, 농협은행은 1119곳에서 1103곳으로, 신한은행은 725곳에서 722곳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714곳에서 711곳, 598곳에서 597곳으로 각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수 축소 및 통폐합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에만 모두 11곳의 점포를 줄이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달 들어 각각 3곳과 4곳을 폐지했다.

은행이 점포 수를 줄이며 퇴직자도 대량 발생했는데, 지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868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2222명)과 비교하면 354명(15.9%) 적지만, 여전히 타 산업계에 비해 많은 퇴직자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희망퇴직금은 평균 1인당 5억원 안팎으로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4000만원가량 줄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고액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별 반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장기 근속자 등 일부 퇴직자는 무려 10억원 이상을 받았는데, 하나은행에서는 5명이 10억원 이상 수령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도 15명의 퇴직자가 1인당 7억~9억원을 수령했다.

점포 수를 줄이며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고 인력 구조조정도 적극적인 은행권은 올해 수익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7조156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한 해의 순이익 추정치(16조2345억원)보다 4.8%가량 늘어난 수치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대출 총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그만큼 이자 이익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실적 호조세와 달리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도덕적 해이가 용인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연달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작년 10월30일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낸 바 있다.

이러한 비판은 은행권이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들어 은행권은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이 12조1161억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면서 통상임금의 약 300%에 육박하는 성과급 잔치를 했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를, 농협은행은 약 400%에 추가로 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다른 산업계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자랑한 바 있다.

당장 은행의 점포 수 줄이기와 비대면 서비스 확대는 점점 늘어나는 국내 고령층 금융 소비자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초고위험 투자 상품인 홍콩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이 65세 이상에만 5조5000억원어치를 판매했는데 이 중 90대 이상에도 100억원 이상 팔아치운 사실이 드러나 투자나 금융 지식이 미숙한 초고령자에게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2년 이후로 국내에서 크게 붐이 일어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이슈에서 은행권은 늘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6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발표한 ‘클라이밋 체인지’(Climate Change) 부문에서 국내 금융사 유일 ‘리더십 A평가’를 받았다고 밝혔고, 하나금융은 지난달 29일 한 데이터 리서치 업체 조사에서 ESG 관심도가 가장 높은 금융회사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세계적 투자정보 회사인 MSCI가 실시한 ESG 평가에서 최고인 AAA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KB금융 역시 최근 28억6991만원을 들여 연내 ESG 정보공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고 있는데도 은행권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대체로 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 소비자 절대다수인 일반 서민에게서 막대한 대출이자 이익을 거뒀지만, 초고위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 성과급 잔치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점포 수를 줄여 희망퇴직자를 대량 양산한 결과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한 점도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고 있다. 직원과 시민 등을 위한 공익적 보호장치도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빗발친다.

정치권에서도 횡재세 도입 등 은행권 개혁을 요구하는 구체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 후 각종 제재가 구체화될 전망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만큼 은행 경영진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세다. 타 산업에 비해 이사회는 여전히 깜깜이 ‘선임’과 그들만의 내부 추천으로 이뤄지는 탓에 ‘카르텔’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

은행이 사회적 금융 안전망이라는 본연의 공익성을 회복할 때 서민경제와 실물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서민들에게 희망인 만큼 사회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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